자동화 기계 뒤에 숨겨진 유령 노동
코로나19가 인간의 성장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50개 주 중 경제규모가 1위인 캘리포니아주는 7월 13일 미국 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 확산 되자 다시 폐쇄를 결정하였습니다. 폐쇄 대상 시설을 계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도 합니다. 가을학기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현대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느린 것이 아니라 일순간 모든 활동이 정지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모든 나라가 우리 나라와 같은 상황은 아닙니다.
기술 혁신을 말하며 그 동안 세계는 성장위주로 달려왔습니다. 많은 기술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향상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러한 기술을 더욱 향상 시키기 위해 경쟁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독점적 이윤을 얻은 기업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기술 숭배가 가져온 폐단이 하나 둘 나타나면서 기술 혁신의 관점을 새롭게 하자는 의견도 같이 나왔습니다. 질적 노동의 축소, 지구 환경의 파괴, 개인 정보 침해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그 동안 이러한 대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술의 양면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득이 있으면 실이 있다는 기본적인 이치를 다시 한번 증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의 배신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
이광석 저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06월 30일
책은 기술 혁신 방식의 성장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적 성장이 야기하는 논쟁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적어내려 갑니다. 인류가 기술 혁신이라는 욕망을 충족 시킬 수록 지구 환경과 우리의 삶 자체는 점점 균열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일상, 사회, 노동, 미디어, 생명에 걸쳐 균열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저자는 디지털의 배신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문명의 가장 큰 에너지원인 ‘원유’가 이제 지구 생태 교란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된 것처럼, 빅데이터도 플랫폼 자본주의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질료이면서 동시에 인간 삶과 의식에 잠재적 위헙이 되고 있다.37쪽
이 책의 저자는 이광석 입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가 기술 문화 연구, 인류세와 포스트휴면, 비판적 제작 문화 등 여러 분야 입니다. 그 중 테크놀리지, 사회, 문화가 상호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와 비평을 해 오고 있다는 소개글이 눈에 보입니다. 이 책도 이러한 비평적 관점에서 저자의 관점을 나타낸 것으로 봐야 할 것 입니다.
단순히 정부가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을 언급한다고 해서, 첨단기술이 지닌 잠재적 위험성이 거세되는 것은 아니다. 외려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의 기술 질서가 쉽게 도래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국가 전략’의 기술경제 활성화 논리 안에서 ‘포용’, ‘사람 중심’, ’감수성’ 등 공허한 단어들을 단순히 구색용으로 쓰는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122쪽
책은 현재 기술사회의 특징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전달하면서 대안의 상상력을 같이 고민하자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깊이있는 학술적 내용 보다는 대중적인 면을 다룬 것 같습니다. 5개 장으로 구분하여 기술발전이 가져 온 반사적 우려에 대해 경고합니다.
1장은 알고리즘 기계가 만들어 내는 편향을 다룹니다. 플랫폼 기업들로 인해 인간의 무한한 취향이 동일한 평가 기준으로 판정된다고 말합니다. 알고리즘 자체가 편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장은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플랫폼이 거대화 되면서 많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말하는 혁신은 인간의 노동을 더 필요로 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혁신 자체가 가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살아남기 위해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새로운 연합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악의적인 플랫폼을 뛰어 넘는 고민이 시작되고 있고, 필요할 시점이 다가온 것 입니다.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전 지구적으로 성장하고 주류 기업이 되는데 반해, 이상하리만치 실질적인 노동이나 자원을 갖고 시장에 참여하는 프리랜서들의 지위는 점점 위태로워진다. “네 것이 다 내것what’s yours is mine”만 있는 플랫폼의 신종 독과점 질서가 드러나고 있다.67쪽
3장은 지구 환경에 대한 내용입니다. 생태 위기가 더 빨리 다가오고 있습니다. 급격한 성장과 발전에 우선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해야 된다는 관점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 여부도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의견을 들어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에게 일상 속 온라인 데이터 활동이 탄소 경제와 얼마나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는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각종 스마트 컴퓨터와 5G 스마트 장치의 명멸하는 스크린 위 불핏이 화석 연료 에너지 기반 없이는 전혀 기능하지 않는다. 첨단 닷컴 경제가 주된 에너지 공급원을 화석 원료에 의지하고 대체에너지 전환이 미미한 사태에서, 결국 스마트 사회의 주된 활동은 곧바로 온실가스 효과로 이어진다.137쪽
빅데이터, 인공지능, 플랫폼 등 ‘제4차 산업혁명’의 요소 기술들이나 이를 위해 만들어진 소위 ‘혁명위원회’도 업계 소위원회를 위한 메가폰 기능을 멈추고 생태 전환에 의거해 전면 재배치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살고 지구도 산다.154쪽
4장은 현재 가장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을 말합니다. 감염 공포를 위한 비대면 기술 개발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이야기 합니다. 기본권, 인권 보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유령 노동’에 대한 정의를 살펴봄으로서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확인하도록 합니다.
미국 언론정보학자 메리 그레이의 언급처럼 이른바 ‘유령 노동’은 인간의 산노동이 자동화 기계의 보조역으로 전략한 노동 유형이다. 예컨대 데이터를 직접 입력해 코딩하고, 플랫폼으로 거래된 물건을 배송하고, 자동화 기계의 알고리즘 오류를 잡는 등 기계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단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위태로운 인간 노동이 그것이다.188쪽
5장은 4장에서 언급한 인권과 연계하여 데이터 인권과 디지털 민주주의로 나아갑니다.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확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불안한 보호에서 안전한 활용이라는 큰 숙제를 추진하는데 있어 현재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합니다. 미래의 기업은 이러한 것에 대비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합니다.
기업은 데이터 오남용을 미연에 막고, 가명정보 활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렇지 못하면 응당한 처벌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227쪽
책을 통해 인간 중심적으로 진행되어 온 기술의 폐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술 숭배라는 경제 활동 속에서 외면당한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해결할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세우는 것에는 너나 할 것이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성장이 멈췄을 때, 전문가 들이 주장한 많은 대안들이 실증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더더욱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 강력해 보입니다.
기존 자본주의 시장의 물질적 재화와 생산 기여도로만 과학기술의 성과를 측정하는 양적 패러다임도 벗어나야 한다. 생태적으로 부합하고 ‘공동선’에 기초한 과학기술의 가치 영역들을 새롭게 창안해내야 한다. 이것은 첨단 신기술의 성장 신화를 걷어내고 한 사회의 생태 조건을 고려한 적정의 민주적 기술설계의 채택이나 수용과 관계한다. 새로운 공생과 호혜의 테크놀로지 전망에 기초한 지구 생태∙기술∙인간 공존의 모델 구상이 시급하다.254쪽
인간중심주의의 오만에서 벗어나 지구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적정한 형태의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하나 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기술, 그 기술을 대표하는 단어인 디지털이 주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확인 가능하며 비판적 시각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