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책에는 폴 데이비스의 서문이 실려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파인만은 이런 사람입니다.
파인만의 강의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수학이나 전문용어를 어지럽게 늘어놓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례들로부터 최첨단의 물리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자질구레한 설명을 모두 생략한 채로 물리학의 심오한 이론을 일상사에서 유추해내는 능력이야 말로 파인만의 전매특허이다.
유시민 작가는 <알쓸신잡3>에서 김상욱 박사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김상욱에게 배웠다면 물리를 다정하게 대했을 텐데
떨림과 울림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저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07일
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이 책에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보는 물리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려고 한다.(중략)
이 책은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나는 물리학자다. 아무리 이런 노력을 했어도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도 진심은 전해지리라 믿는다.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 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의 몫이다.7쪽
우주는 떨림이라고 합니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습니다. 피라미드도 떨고 있고, 공기도 떨고, 빛도 떤다고 합니다. 볼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볼 수 있는 떨림, 느낄 수 있는 떨림도 있습니다. 또, 인간은 울림이라고 합니다. 마음을 울리고, 심장을 울리고, 머릿속의 사이렌을 울립니다.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고 울림은 또 다른 떨림으로 답을 합니다. 이 책은 물리의 개념들을 떨림과 울림으로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빛, 시공간, 우주, 원자, 전자를 소개한 부분은 우리가 태어난 존재를 이야기 합니다. 최소작용의 원리, 카오스, 엔트로피, 양자역학, 이중성은 우리가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에 촛점이 맞춰집니다. 중력, 전자기력, 멕스웰 방정식, 환원·창발, 응집물리는 관계에 대한 설명이며, 세계는 힘들이 경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에너지, F=ma, 단진동, 인간을 소개한 마지막 4부는 과학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리에서 핵심을 다루는 이론을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철학적인 명언, 책이야기, 영화이야기가 같이 어우러집니다. 어려운 용어를 존재, 삶, 죽음 같은 철학적인 단어와 연결하고 세계에 관한 생각 및 그 범위를 우주까지 확장하기 위해 책과 영화를 가져옵니다. 물리라는 새로운 언어로 기존 관점을 넒게 만들어 줍니다. 하나하나 읽다 보면 새로운 질문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퀀텀리프⟫(임춘성 저, 쌤앤파커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물리物理’라는 것은 모든 사물의 이치이고 ‘역학力學’은 물질이 움직이는 원리이니,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에 관한 상식이자 믿음입니다. 그런데 뉴턴의 고전물리학에서부터 이를 확장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비웃으며 등장한 새로운 물리학, 전혀 새로운 역학이론이 있습니다. 물질의 입자가 연속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마치 귀신처럼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형태가 가능하다는 이론입니다. 이름 하여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 우리의 그간의 상식, 신념, 학식을 송두리째 흔드는, 아직도 우리가 진정으로 이 세상과 사물을 다 알지 못한다고 충고하는 물리학 아닌 물리학 입니다.
책의 저자는 이런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과학자 김상욱입니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물리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앎을 공유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학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책도 이미 두권을 내었습니다. 다만 직접적으로 알게 된건 TV프로그램 <알쓸신잡3>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학문을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만큼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일 것입니다. 알고 있는 것을 쉬운 언어로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적는 것. 그 자체가 본인의 지식을 한단계 향상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의 이런 노력이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필자가 과학자로 훈련을 받는 동안, 뼈에 사무치게 배운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였다. 모를 때 아는 체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또한 내가 안다고 할 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적 태도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지식의 집학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다.268쪽
책은 물리학에 대한 입문서적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 ‘과학책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책의 띠지에 나온 글을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이토록 근사한 과학의 언어를 가만히 읊어준다.
- 지금은 밤조차 밝아서 별을 많이 볼 수 없다. 하지만 밤이 밤다웠던 시절, 사람들은 책이나 TV보다 별을 더 많이 보았을 것이다. 초저녁 밝은 빛을 내는 금성은 인기 연예인이었을 것이고, 여름밤의 은하수는 공짜로 즐기는 블록버스터였으리라. 계약직 연구원으로 독일에 머물던 시절, 나는 그렇게 우주를 어렴풋이 느꼈는지도 모르겠다.(page 24)
-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때는 가급적 단순한 답을 찾는 것이 과학의 원칙이다. 일정한 속도로 우주가 팽창했다고 보는 것이다.(page 27)
- 오늘날 1미터는 빛의 속도와 시간으로 정해진다. 정해진 시간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가 1미터라는 식으로 말이다. 시간으로 길이를 정하는 셈이다. 앞서 상대성이론에서 이야기 했듯이 빛의 속도는 불변이다. 그래서 초속 2억 9,979만 2,458미터라는 숫자로 정해버렸다. 이렇게 길이는 시간이 된다. 그렇다면 1초는 어떻게 정하는가? 시간의 기준도 빛으로 정한다.(page 32)
-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는 대부분 원자번호 1번인 수소다. 구조가 가장 간단해서 그렇다. 두 번째로 많은 원자는 2번 헬륨이다. 이 둘을 합치면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거의 100%가 된다. 나머지를 다 햅쳐봐야 오차 정도의 양에 불과하다. 이 오차에 탄소, 산소, 질소, 금 같은 익숙한 원자 대부분이 포함된다. 원자번호가 클수록 많은 양성자를 좁은 핵 안에 욱여넣어야 하므로 만들어지기가 어렵다. 그래도 92번 우라늄까지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93번부터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page 50)
- 전자는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물질의 최소단위다. 우리는 숨을 쉴 때마다 한 번에 500밀리리터 정도의 공기를 들어마신다. 여기에는 대략 아보가드로수의 전자가 들어있다. 아보가드로수란 ‘1’뒤에 ‘0’이 23개나 붙언 어머어마하게 큰 숫자다. 그런데 이 많은 전자들은 서로 완전히 똑같다.(page 60)
-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에너지 생산공장이고, 다세포생물과 성sex을 탄생시킨 주범이며, 세포자살과 노화의 배후세력이다. 다세포생물이라니까 특별한 생물 같지만, 세균이 아닌 모든 생명체, 적어도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가리킨다.(page 69)
- 삶의 겉모습을 몇 배로 늘리는 것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가치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나에게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일까? 위상수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page 84)
- 물리학에는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지금이 순간의 원인이 그다음 순간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거다. 두 방법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page 97)
- 한 가지 확실한 에측이 있다. 엔도르피는 증가만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내일로 갈 수는 있어도 어제로는 갈 수 없다. 분명히 그러하다.(page 106)
- 전하가 있으면 그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펼쳐진다. 중력도 마찬가지다.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는 중력장이 펼쳐진다. 전기장을 흔들면 전자기파가 생기듯, 중력장을 흔들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page 172) - 쉽게 말해서 자석을 흔들면 주위에 전기장이 만들어진다. 아니, 이렇게 쉽게? 그렇다. 전기장이 만들어지면 전하가 힘을 받아 움직인다. 전류가 흐른다는 의미다. 결국 도선 근처에서 자석을 흔들어주면 도선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마술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이 오늘날 발전소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다.(page 177)
-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지만 부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page 195)
- 양자역학은 물체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기술하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물체가 어떤 상태에 있는 것과 우리가 그 사실을 아는 것이 분리된다. 우리가 알게 되는 과정을 ‘측정’이라 한다. 예를 들어 원자의 위치를 측정하는 것은 원자가 이미 점하고 있던 위치를 확인하여 그것을 알려주는 과정이 아니다. 측정 이전에 원자의 위치는 존재하지 않는다.(page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