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을 눈으로만 봐왔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게 그림들을 외우기 까지 했습니다. ‘모나리자’, ‘뭉크’, ‘풀밭위의 점심 식사’, ‘아비뇽의 처녀들’ 등. 제목만 듣고 어떤 그림인지, 누가 그렸는지 떠오르시는 분 많을 것 같습니다.
‘공부’를 통해 미술작품을 접했던 것입니다. 점수를 위해 ‘서양미술사(史)’를 배우고, ‘미학(學)’을 배웠습니다.미술사와 미학은 작가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추후에 학자들이 만든 겁니다. ‘공부’ 이전에 작가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우선 입니다. 먼저 대단한 작품이라는 결론을 해놓고, 감상 아니 보기만 하는 것을 벗어나야 할 듯 합니다. 또 단순히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도 넘어서야 합니다.
방구석 미술관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저 | 블랙피쉬 | 2018년 08월 03일
이 책은 미술 팟캐스트 독보적 1위인 방구석 미술관을 책으로 낸 것 입니다. 저자는 조원재 입니다. ‘미술관 앞 남자’를 줄여 ‘미남’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미술전공자는 아닙니다. 미술작폼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돈을 벌었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미술관을 순례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화가들의 사생활부터 명화 속 뒷 얘기까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었습니다. 팟캐스트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방송과 차별이 없을 정도로 읽기에 편안한 글입니다. 유행어도 섞어 가면서 저자만의 유머코드가 있습니다. 책 소개에도 있듯이 ‘사람냄새 폴폴 나는 친근감’ 이 무기입니다. 미술 작품은 저작권 계약을 통해 책 속에 많이 포함하였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은 글과 함께 읽었을 때 빠른 이해를 돕습니다.
미술작품이란, 한 사람이 그 시대를 살아간 인생의 결과가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책에서는 14명(에드바르트 뭉크, 프리다 칼로, 에드가 드가, 벤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폴 고갱,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의 미술가와 그의 작품들을 이야기 합니다.(전자책에서는 피카소, 샤갈, 뒤샹이 제외되어 11명 입니다. 아마도 저작권 문제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미술가에 대한 이해와 그가 살아온 시대의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독자가 되어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술가의 입장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 이야기가 많습니다. 작품에 대한 일방적인 칭찬이 아닌 스토리텔링 구성으로 그림이 그려진 과정을 이야기 해 줍니다. 그리고 미술가들끼리 관계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들의 작품이 왜 중요해졌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양 미술작품과 서양미술사에 대한 마중물 같은 책입니다.
AI와 머신러닝이 인간의 지식을 대신할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지식 보다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 입니다. 영국의 윌리엄 쿠퍼는 지식과 지혜를 명쾌하게 구분했습니다.
지식은 자신이 썩 많이 배운 것을 자랑하고, 지혜는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
지혜를 습득하는 방법, 그리고 인간 본연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인문학이 열풍입니다. 미술도 인문학 범위에 들어갑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의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에 대한 어떤 감흥도 없이 어떻게 인물화가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네. 어떤 화가들의 화실에는 현대 문학 작품들이 전혀 없더군.
미술작품이라고 해서 단순히 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얼까지 그림에 담아야 함을 의미 합니다. 그림을 그린 다음 표정을 넣는 작업이 아니라 표정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을 그려야 함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공부로만 배웠던 미술에 관심을 가져 보려고 처음 읽었던 책이 《미술책을 읽다》(정민영 저, 아트북스) 입니다. ‘미술을 사랑한다면, 이 책부터!’ 라는 책 표지의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방구석 미술관》 책을 읽고는 ‘이 책이 먼저다’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몇 권의 책과 미술 관람을 통해 미술이라는 문지방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문지방만 넘어서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그 곳에 가서, 작품을 봤다’로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느끼고, 가슴에 남았다’로 마음에 새길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