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인간의 일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정의는 19세기 경제학자 마샬(A. Marshall)이 내린 것 입니다. 위키백과에는 ‘경제학은 재화나 용역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소비와 같은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의 한 분야이다. ‘라고 나옵니다. 사회과학은 인간의 일상, 즉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일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떠한 선택을 할 때 우리는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최선의 선택은 어떤 것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먹고 사는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룹니다. 또, 넓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회현상을 분석 대상으로 합니다.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이완배 저 | 북트리거 | 2019년 04월 05일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저/김윤경 역, 다산초당)라는 책이 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책의 제목은 아마도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철학보다는 경제학이 삶에 있어서 더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유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와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철학 책은 제가 아직 다 읽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생각과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적이고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인간의 행동을 조사하고 특정한 규칙성을 발견합니다. 원인과 결과를 탐구한 결과를 가지고 다음에 나타날 일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경제학을 안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결핍이 효율을 낳는다’는 멀레이너선과 샤퍼의 연구는 사람을 더 결핍 상황으로 몰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은 결핍 상태에 놓일수록 그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창의성을 상실한다. 작가가 마감 시간을 앞두고 건강을 잃는 것도 바로 그런 문제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왜 중간고사 때 벼락치기를 하는 게 효율적인지 그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어!’라고 깨닫지 말길 바란다. 결핍의 경제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그런 것이 아니다. 벼락치기가 효율적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의 수많은 창의성이 사라지고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점이다.37쪽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경제학에 인간의 심리를 더해 인간의 행동에 대한 근거를 제공합니다.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 결과와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면서 일상 생활의 에피소드를 곁들입니다. 경제학 기본서적을 몇권 읽어본 사람은 책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 중 이미 알고 있는 이론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외서를 번역한 책과 비교하였을 때 국내 사례에 대한 내용이 있어 더 와닿습니다. 그 내용들은 우리들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 들입니다. 짧막짧막한 글 구성이며, 마지막엔 요약도 해주고 있습니다.
경제학이 내 삶을 바꿉니다. 타인의 심리도 파헤칩니다.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사회의 이치를 꿰뚫습니다. 책은 이 4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별로 질문을 던집니다. 다이어트는 왜 자꾸 실패할까? 왜 많이 아는 선생님이 잘 못 가르칠까? 왜 평범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까?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들은 자아 고갈 이론, 지식의 저주, 범죄의 경제학, 넛지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각각의 이론은 관찰한 내용과 실험 결과의 결론을 바탕으로 신뢰를 더해 주는 방식입니다.
기존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계산적이고, 이기적입니다. 기존 경제학에서 정의한 인간의 특성에 반하여 인간은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감정적일 때가 많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행동 특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인간의 행동에 대한 관찰과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입니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책으로 ⟪넛지⟫(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저, 리더스 북)라는 경제학 서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책입니다. 저자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탔습니다. 책을 낸지 거의 10여년 만에 상을 받은 것입니다.
미끼 효과와 스놉 효과, 그리고 베블런 효과가 무엇인지 모두 이해했다면 이제 달리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왜냐하면 이 세 이론 모두 경제학에서는 ‘비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로 보기 때문이다.109쪽
인간은 결코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공짜 돈 1만 원이 생기면 난생 처음 본 사람에게도 기꺼이 4,000원 정도는 나눠 줄 수 있는 협력적 존재였다. 혼자만 잘 먹고 잘살겠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다.144쪽
경제학에 심리학을 더하면 삶의 무기가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행동경제학을 소개하면서 삶의 무기를 만들어 주는 저자는 이완배 기자 입니다. 국제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제학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학문이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경제학이 우리의 삶을 움직이고 우리 마음에 짙은 여운을 남기는 학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학문이다 보니 심리학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인간의 비합리적 의사 결정의 이유를 찾기 위해 관찰이 필요 할 때, 특정한 가정을 전제로 실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진행되다 보면 우리의 뇌에 대한 연구도 더해집니다. 하나의 학문에 대한 연구가 결국 또 다른 학문으로 연결됩니다. 인간의 행동 패턴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고, 경제학이 사회과학으로 확대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애리얼리는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기 위해 애태우는 것보다, 기업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봉을 기본급 80%, 성과급 20%로 나눈다면 직원들에게 이 20%는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에요. 이 20%의 걱정을 덜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애리얼리는 성과급에 대해 이런 충고도 곁들인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성과급을 주겠다”는 제안은 “너는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어!”라는 질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제안은 결국 노동자를 무시하고 불신하는 사고를 내포한다.169쪽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 자체에 대한 존중이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21세기 들어 행동경제학자들이 대거 노벨상을 받습니다. 이러한 것도 인간 중심의 연구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곧 삶의 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철학도 삶의 무기가 되고, 행동경제학도 마찬가지 입니다.
실험에서 알수 있듯 대다수의 금수저는 오만하며, 법을 지키지 않고, 심지어 나눔의 정신도 부족하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다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이며, 멸시받고 천대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프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 강연 제목을 ‘돈이 당신을 사악하게 만드나(Does money make you meas?)?’라고 지었다.206쪽
‘경제학’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고 하는 시대, 이 책은 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안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하나하나의 이론과 사례는 우리의 삶을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필요한 충분한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 많은 인류학자와 전화경제학자는 인간의 이 같은 낙관주의가 인류의 진화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본다. 미국 럿거스대학 인류학과 라이어널 타이거Lionel Tiger 교수는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낙관적인 환상 덕분”이라고 단언했다.(page 59)
-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을 잘 믿는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남을 너무 잘 믿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샘속을 때 일단 멈춰야 한다. ‘나는 남을 잘 믿는 사람이야.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중요하니까 믿음을 잠시 거두고 의심을 해 보자.’라고 생각하면 꼼꼼한 점검이 가능해진다.
- 또 한가지, 크레이머 교수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결정을 내리면 특별한 이상 징후가 감지되지 않는 한 자신의 결정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page 72)
- 행동경제학에서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개념이 있다.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방도 이 정도의 지식은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해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page 115)
- 회사에서 포스트잇이나 볼펜 등의 공용 물품을 슬쩍 집으로 가져오는 회사원이 꽤 있다고 한다. ‘소확횡(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이라는 말까지 돈다. 하지만 그들이 회사에서 돈을 훔지지는 않는다. 이것도 비슷한 심리다. 돈을 들고 오면 진짜 범죄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따지면, 아주 작은 물건일지라도 볼펜을 들고 가는 일 역시 범죄인 것은 마찬가지다.(page 152)
- 서로를 믿고 신뢰했을 때 행복해진 기억이 다들 있을 테다. 그것은 그냥 이유 없이 느낀 행복이 아니다. 실험 결과 인간은 서로를 믿을 때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게 우리 인간의 속성이다.(page 180)
- 가너먼은 말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인 시스템 2보다 직관적 판단인 시스템 1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이다.(page 186)
-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명해서는 안 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아예 ‘코끼리’라는 단어를 싹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을 세워야 한다.(page 224)
- ‘보복’이라는 단어의 끔찍함만 잠시 잊을 수 있다면, 경제학적으로 보복 전략은 사회를 정의롭고 협동적으로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하다. 왜냐하면 ‘내가 배신하면 반드시 보복을 당하는구나.’하는 두려움이 있어야, 사람은 배신을 멈추고 협동에 나서기 때문이다.(page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