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올바른 고객이 되는 법

 

의사소통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라는 의미로 나옵니다. 영어로는 Communication이라는 단어를 비슷한 의미로 많이 사용합니다. 서로 통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능력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업무가 점점 복잡해지다 보니 혼자 일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할 때 의사소통은 필수적입니다. 일을 시작해서 제대로 끝내기 위한 과정에서 서로의 소통은 정확해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소통의 정확성’을 높이는 과정을 두고 의사소통 능력이 있고 없고를 나타냅니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원하는 디자인을 뽑아내는 30가지 의사소통의 기술
박창선 저 | 부키 | 2020년 05월 21일

 

고객이 이야기 합니다. ‘기능은 많지만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는거죠’, ‘채무 프로세스를 프로그램으로 해봤으니 채권은 금방 되겠네요’, ‘저는 잘 몰라요.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이런 요구사항을 듣는 다면 일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듭니다. ‘현대적이지만 전통적인’, ‘밝은 느낌의 다크한 톤’ 저자가 디자이너라서 이런 식의 요구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고객이 있다면 일은 안끝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화려하지만 심플하게 해주세요’라는 요구가 있다면 우리는 물어봐야 합니다.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확인부터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번 이런 고객만 만난다면 어떨까요? 고객에게 뭐라도 한 소리 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객이 왕이고, 신이라도 분명 제대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소개서를 만드는 1인 디자인 회사 에프터모멘트의 대표인 박창선 대표가 의사소통의 철학을 담은 것이 이 책입니다. 1인 디자인 업체로 고객에게 제작을 의뢰받아서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전문가인 을의 입장에서 전문가인척 하는 갑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합니다. 한마디로 고객을 가르치려는 내용이 많습니다. 심각하게 풀기 보다는 가볍게 이야기합니다. ‘겁내지 말고 일합시다’라는 것으로 을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습니다.

일을 위한 의사소통의 첫번째는 각자가 생각하는 용어에 대해 논높이를 맞추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렴풋이는 알지만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분명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지만 서로 같은 의미로 이해는 해야 합니다. 이 작업에 실패하면 같은 용어를 쓰면서도 서로 이해하는 뜻이 달라져 두번 세번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가시성
가시성은 잘 보이는 정도를 뜻합니다. 무작정 자꾸 폰트를 키우려는 클라이언트들은 가시성과 가독성을 헷갈리는 경우입니다. 잘 보이는 것과 잘 읽히는 것은 다릅니다. 생각해보면 종이책에 쓰이는 폰트는 10~11포인트 정도입니다. 꼭 플래카드에 적힌것처럼 클 글씨여야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똑같은 원리입니다. 가시성은 눈에 먼저 들어오는지뿐만 아니라 ‘구별이 가능한지’에 포인트를 둡니다.30쪽

결과물은 개인적 취향이 되면 안된다고도 합니다. 서로의 취향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해 이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나기 전에는 목적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만나고 난 후에는 적절한 질문을 통해 서로의 필요를 확인해야 된다고 합니다.

애당초 아무 계획도 기준도 없이 그냥 빨리 찾아서 보고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무나’ 데려왔기 때문이죠. 질문도 준비하지 못했고 미팅도 대충 합니다. 한 번이라도 미팅의 프로그램을 짜서 디자인 미팅을 해본 적이 있던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협의를 합니다. 그 결과물은 회사의 얼굴이 되죠. 디자이너에게 그냥 맡겨놓기만 할 일은 아닙니다. 좀 더 제대로 우리의 니즈와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해보도록 합시다.43쪽

고객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하자라는 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똑같은 주제지만 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다 보니 새롭게 다가 오는 글이 많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는 힌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몇가지 가정해 봅니다.

Q : 수정하는 것은 간단한 것 아니예요?

수정은 단순히 ‘띡’ 바꾸는 게 아니다
보통은 수정이 초본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와 종류에 따라 오히려 초본보다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초본은 백지에서 시작하지만 수정은 정해놓은 틀을 깨면서 재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요소가 들어가면 다른 요소를 모두 편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89쪽

Q : 온사이트 근무가 아니니 금액을 깍아주세요?

재택근무는 급여를 조금 준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업무량이 동일하다면 동일한 급여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상식적으로는 회사 화장실도 안 쓰지, 전기도, 휴지도, 커피도, 책상도, 컴퓨터도 쓰지 않으니 오히려 돈을 더 주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회사에 나오지 않는 것을 마치 ‘편의를 봐주는 것’처럼 여기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만연합니다. 그리고 그 편의를 이유로 급여가 낮아지는 이상한 합의를 하죠. 사실상 편의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봐주는 게 아닐까요?(중략) 편의를 봐주는 건 급여와 상관이 없습니다. 급여는 그저 업무 성과와 비례할 뿐입니다.141쪽

업무를 하는데 명확히 해야 할 부분, 고객과 이야기 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설명하는 것 중 일부도 가져와 봅니다.

레이아웃, 컬러 등 해야 하는 요소를 잡았다면, 반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요소도 잡아야 합니다. 어떤 이미지든 텍스트든 절대 올라올 수 없는 제한선을 둔다든가, ‘이 채도 이상으로는 높이지 않는다’ ‘이 크기 이상으로는 절대 키우지 않는다’와 같은 제한 요소를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하는 걸’ 규정하기보다 효율적일 때가 많습니다. 제한 요소를 제외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얘기이니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죠.169쪽

“결재 진행도 해야 하니 해당 견적과 비교 견적 각 1부씩 4시반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능하신가요?”
이게 깔끔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는 ‘해야 한다’이고 “가능하신가요?”는 ‘가능해야 한다’라는 의미인데 저기에서 “아니요, 불가능한데요”라고 할 사람은 몇 없습니다. 분명 바쁘다거나 지금 외부에 있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겠지만 그쪽만 바쁜 건 아니니까요.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하게 ‘Yes or No’로 떨어지게 합시다.198쪽

피드백의 목적은 지식 배틀이나 자기 자랑이 아니라 ‘결과물을 더 잘 만들기 위함’입니다. PPT를 만드는 직원 뒤에서 근거도 없는 훈수를 툭 던지며 ‘나도 한마디 했다!’라는 마음으로 뿌듯해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206쪽

IT업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을이라는 입장에서 수행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고객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분명 많았습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그런 말, 그런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대리 만족을 한 것 같습니다. 밤낮 싸운다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것은 기술과 감각이 아니라 의사소통, 바로 언어라고 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감정을 소모시키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여기에 실린 글들은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깔끔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필수 능력이라는 충분한 근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앞 챕터에서도 말했듯 일의 커뮤니케이션이란 게 멱살을 잡든 주먹다짐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결과물이 아무 문제 없이 착착 만들어지고 서로 마음에 들게 마무리되면 툭툭 털고 ‘고생하셨네요. 이번에 좀 시끄럽게 일했습니다. 하하하하”라면서 “다음엔 또 무슨 프로젝트 하죠?”라는 식의 대화가 오고 가기 마련입니다. 서로 일을 편하게 잘해보자는 것이지 감정싸움하자고 소통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일은 내가 아니고, 맡은 일을 위해 존재합니다. 상대방은 생각보다 내 의사 표현에 크게 당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 않고 있다가 나중에 쌓아둔게 터지면 그게 더 당황스럽죠.195쪽

읽다가 생각나서 하나 더 보태봅니다. 감정을 상하고 난 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자기회복력도 을의 입장에선 분명 필요합니다. 좋은 면에서는 동기를 부여받고 나쁜 면에 대해서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과 내가 몸담은 직장의 긍정적인 면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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