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붓으로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의 봄은 혁명의 계절이었다. 1960년 4·19혁명을 시작으로 1980년 서울의 봄을 거쳐 다시 격변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성공적인 평화·비폭력 시민혁명의 모델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 이어 봄이 시작되는 3월 10일 혁명과도 같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있었다.
과연 우리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의 봄이 왔는가? 현재의 상황은 봄이 왔건만 봄 같이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니라, 봄이 오지 않았는데 봄이 온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춘불래사춘(春不來思春)’의 형국인듯 하다. 봄은 반드시 오지만 아직은 오지 않았다.
이번 봄이 미완의 혁명의 계절이 될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성공한 혁명의 계절이 될지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정농단에 대하여 명백하게 밝히고 그에 따라 책임 질 사람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다. 평화적인 집회로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법정에 세운 국민의 뜻을 이제 법조계와 언론이 실현시켜야 할 시점이다.
변호사회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제호가 걸려 있다. 역사적으로 시민들은 붓이나 펜을 잡은 여론주도층을 신뢰하고 힘을 실어 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양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붓이나 펜으로 상징되는 법조계와 언론이 “정의의 붓으로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2017년 봄을 성공한 혁명의 봄으로 만드는 데 제대로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검찰은 자신의 환부를 스스로 도려내는 성역 없는 수사로 모든 의혹을 해소시켜주어야 한다. 법원은 공정하고 독립된 재판을 통하여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변호사들 또한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곡학아세(曲學阿世)식의 변론이 없었는지 반성하고, 사회정의 실현에 충실하여야 한다. 언론역시 구치소의 방 구조나 식단 같은 흥미 위주의 지엽적인 기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완성된 혁명의 봄을 맞이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