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는 잡고, 블록체인은 키워야
사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암호)화폐 광풍’으로 연초부터 온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한 쪽에선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혁신기술 육성을 위해 가상화폐 시스템을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에선 기존 통화 체계를 붕괴시키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강력하게 규제하는 대신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부처 끼리는 물론 정치권, 학계, 산업계를 비롯해 일반 국민들까지 둘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다.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혁신 기술을 위해 가상화폐를 정당화할 것이냐,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 가상화폐는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육성할 것이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가상화폐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던 정부가 지난 23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불법적 거래는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또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부처 업무보고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명확히 구분, 가상화폐 부작용은 없애고 블록체인은 미래신산업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특위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로서 블록체인의 현황 및 응용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에선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이며,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당초 ‘중개자 없이 개인이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라는 탄생 취지에서 이미 벗어났다. 가상이 아니라 실물경제에서 투기 상품으로 변질됐다. 20~30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월급을 털어 가상화폐를 사고, 매일 초단위로 바뀌는 가상화폐 상품가격에 온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한다. 투기는 거품이 꺼지면 막대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자칫 가상화폐 광풍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날려버리는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투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당국의 조사에서도 나왔듯이, 가상화폐가 편법 증여나 상속, 불법비자금 조성 등 지하경제를 더 키우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거래소 폐쇄 등 일방적 규제는 효과가 없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망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를 정부가 투명하게 관리히고, 거래세를 매기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투기 광풍은 수그러들 것이다.
가상화폐 투기를 근절하되, 이와 연관된 블록체인 기술은 서둘러 육성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인터넷 혁명’, 2010년대 이후 나온 ‘모바일혁명’에 이어 2020년대 이후엔 ‘블록체인 혁명’이 세계를 지배할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시기에 풀지 못했던 정부, 구글 등 일부 기업의 ‘정보 독점’을 없애고 모두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를 여는 키가 될 것이다. 산업, 금융, 교육, 부동산, 서비스업 등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블록체인의 어마어마한 미래 잠재성을 인식하고, 이 기술산업의 선점을 위해 국가, 기업, 학계, 정치권 등 각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