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사에는 ‘힘 좀 쓰는 부서’가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여겨지는 부서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 부서의 팀원들은 회사 일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힘이 보여집니다. 보통 비서실, 인사팀, 기획팀, 전략팀, 재무팀 등이 해당 됩니다.
반면에 업계에서 ‘인정 받는 부서’가 있습니다. 회사 내 권력과 정치와는 무관하게 ‘인재 집합소’로 여겨지는 부서 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그럴 듯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케팅팀, 상품개발팀, R&D팀, 홍보팀 등 입니다. 이 부서의 팀원은 개인의 능력이 강합니다.
몇 해전 신입사원들에게 ‘어느 부서에서 일하고 싶은가?’를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기획팀과 인사팀을 선호하는 인원이 많았습니다.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 중 빠지지 않는 것이 기획실장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때문은 아닐까요? 아마 지금도 물어보면 기획팀으로 가길 희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실제 기획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기획자의 생각법 당신은 ‘만렙’ 기획자인가?
김희영 저 | 갈라북스 | 2020년 01월 15일
저자는 이 책을 기획부서에서 일하고자 하는 취업 준비생, 기획부서로 직무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썼다고 합니다. 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기획자의 생생한 실무 노하우’라는 글을 보고 그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을까 하여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난 지금 저의 기대보다는 저자의 의도가 더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획업무를 시작하게 될 때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길 바란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가, 변화에 휩쓸리고 싶은가. 기획은 바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전 작업, 즉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25쪽
책은 기획자로서 기획의 본질을 파악하고 기획자의 마인드를 갖추는 것으로 저자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총 5개의 파트로 되어 있습니다. 기획의 정의, 기획자의 조건, 문서 작성법, 보고 방법을 알려줍니다. 마지막에서는 이러한 4가지를 잘 알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숫자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며 굉장히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지표다. 그래서 상사들은 숫자로 표현된 보고방식을 선호한다. 보고서가 통과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객관적 지표인 숫자들이다.67쪽
상사가 선호하는 보고서의 스타일은 조금식 다를 수 있지만 보고서를 잘 쓴다고 인정받는 것은 곧 기획력을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의 테크니컬라이터인 존 와이트John Wight는 이렇게 말했다. “문서는 배려의 산물입니다. 독자의 눈높이를 생각하고 그의 마음을 읽어 주어야 합니다.”
상사를 배려하는 문서로 나의 역량도 함께 높이도록 하자.115쪽
회사 생활에서 보고서 작성은 힘듭니다. 하지만 보고서 보다 더 힘든 것이 바로 보고 그 자체 일 것입니다. 서면 보고를 위해 문서 작성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면해서 하는 보고가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보고는 기획의 꽃이라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출장에서 빠른 보고가 요구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일을 발생한 장소∙시점에서 마무리하고 다른 일에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을 떠났는데, 출장 복귀하고 나서 회의록 작성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때는 오히려 회의에서 발생한 액션 아이템을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진행사항을 체크하는 것이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다.142쪽
보고는 상사와의 약속이자 자신의 업무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근거다. 부하는 보고할 의무가 있으며, 상사는 보고 받을 권한이 있다. 동시에 부하는 보고할 권한이 있으며, 상사는 또한 보고 받을 의무가 있다. 의무와 권리는 함께 하며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의무와 권리를 적절히 활용해 나만의 필살기로 만들어보자.158쪽
‘기획 필살기를 전략적으로 익혀라’고는 하지만 꼭 기획 업무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아닙니다. 회사 생활을 잘 하는 법도 간간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자기 개발서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들을 저자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담았습니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은 상사는 부하가 자신의 기대를 뛰어넘는 일을 해낼 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사의 요구 뒤의 욕구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많은 부하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야단이야’하며 불평한다. 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상사들이 불평을 하는 것이다. 상사들은 부하들이 시키는 것 이상으로 해내지 못하는 것이 성에 안 차는 것이다. 요구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욕구는 원하는 것이다. ‘차 한잔 마시자’는 것이 데이트를 청하는 말인 것처럼 상사의 요구사항 이면에 있는 욕구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49쪽
기획의 최종 목적지는 상사의 마음에 드는 것입니다. 상사의 마음을 읽는 것이 바로 회사생활을 잘하는 지름길입니다.
상사에게 맞춘다는 것은 단순하게 아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사를 지지하고 함께 전진하기 위해 발걸음을 맞춘다는 의미를 포함한다.202쪽
책의 저자는 김희영입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고 합니다. 휴대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하여 개발자에서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업무 전환 교육 없이 의욕 하나만으로 실무를 통해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버티기’ 정신으로 살아남아 10년 넘게 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정도 커리어면 기획부서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할 수 있는거 맞겠죠?
기획팀을 ‘애정팀’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팀이라는 거죠. 누가 담당해야 하는지 부서간의 일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때, 타 부서의 협조가 필요할 때와 같이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 교통정리를 하는 부서라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의 의견을 조율하고, 역할과 의무를 제대로 부여해야 하는 것, 그들이 모두 수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결론으로 이끄는 것이 기회자의 역할이다.209쪽
이러한 기획자의 역할을 보고 나니 저는 기획자보다는 엔지니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기획부서에 일하고 있는 동료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