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백두산을 수차례 답사한 사람이 있습니다. 여덟 번이나 올랐다고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사람은 김정호 입니다. 현재 이 이야기는 사실이냐? 아니냐?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당시 김정호의 신분으로는 팔도를 세 번이나 도는 것도 힘들지만, 백두산을 여덟 번을 오르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백두산을 가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여덟 번을 가는 것도 충분할 것입니다. 반면에 어떻게 가느냐와 막상 도착했을 때의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백두산을 잘 올랐느냐 아니냐의 이야기로 남는 것 같습니다.
첫발자국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첫발자국을 위하여 걸어왔던
수많은 발자국들이 소중한 것이다.314쪽
꿈꾸는 노란 기차
한돌 저 | 열림원 | 2019년 03월 15일
이 책은 백두산을 다섯 번이나 찾은 사람이 쓴 이야기 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북녘에 있는 너희 형제들에게 내가 너희를 버리고 도망친 것이 아니라고 전해달라”는 말을 기억하고 북녘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고유의 정서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백두산을 택했고, 백두산을 오르내리며 느낀 여정을 이야기 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방황, 슬픔 등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글귀나 새겨둘 만한 글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힘겨루기 같은 거 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고향 찾아 오고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이 나라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건 오로지 아리랑뿐이다. 아리랑으로 온 겨레가 하나된다면 통일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우리의 정서 ‘아리랑’이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다.24쪽
백두산을 다섯 번이나 찾은 이는 한돌입니다. ‘홀로 아리랑’, ‘터’, ‘개똥벌래’등 수많은 18번을 만든 원작자입니다. 한돌이 직접 기록한 첫 에세이가 바로 이 책 입니다. 그가 만든 노래에는 우리나라의 한이나 정서가 느껴집니다. 그런 정서를 찾기 위한 여정에 백두산이 있습니다. 쉽게 보이지 않는 백두산의 여러 모습을 찾는 과정을 자신의 삶과 노래에 비유합니다. 그 과정이 바로 본인의 성찰입니다.
두만간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이라! 하지만 두만강 푸른 물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노 젓는 뱃사공은 어디로 갔을까. 어쩌겠나, 세상이 마구 변하는데 두만강이라고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것마저 사라지게 되면 몇 년 뒤에는 더 슬픈 강으로 흐를지 모른다. 그래도 개발은 계속될 것이고 관광객들은 해마다 넘쳐나 결국 두만강 아리랑은 눈물을 흘리며 먼 바다로 흘러가겠지. 통일이 되면 우리는 두만강을 바라보며 강을 배신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135쪽
여행 이야기를 할 때면 생생한 그림이 떠오릅니다.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오고 간 여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죽을 고비도 겪었던 사건도 있습니다. 그런 여정에서 스스로 깨닫고, 고마워 하고, 슬픔을 극복하게 됩니다. 목포에서 임진각까지의 국토 종주 이야기에서도 본인의 삶에 대한 목표와 고집이 보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의 이야기에는 백두산과 사람과 노래를 찾기 위한 여정이 있는 것입니다.
슬픔은 기쁨의 반대말이 아니라 기쁨의 바탕이라고 해야 옳다. 만약 우리가 기쁨을 느낀다면 그 뒤편에 드리워진 슬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오직 기쁨만으로 채워진 기쁨은 없다.140쪽
한반도의 봄을 기억합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함께 오른 백두산 천지의 사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 속의 날씨는 더 없이 깨끗합니다. 이 책의 저자와는 달리 북녘의 땅을 통해 한번에 쉽게 오른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책에서의 여정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허탈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려웠던 여정이 오히려 할 이야기가 많아 이렇게 책으로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사진이라는 것이 기술과 장비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기다림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뜻한 바를 이룰 수 없다. 해돗이 사진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해넘이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해와 구름의 사랑만 하겠는가?167쪽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 그 자체가 힘든 여정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실향민이 마음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됩니다. 기회가 되면 다섯번 아니 수백번이라도 올라갔을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못한 것을 오히려 반성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각이 둔해져서 그런가, 예전처럼 설레는 마음이 없다. 예전엔 마음이 몸을 끌고 갔는데 지금은 몸이 마음을 끌고 가는 느낌이다.156쪽
아리랑이라는 한민족의 정서, 그 정서를 찾을 수만 있을 것 같은 백두산과 두만강. 빨리 통일이 되어 누구나 쉽게 그 곳인 백두산과 두만강을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아직 한국에 있어도 가보지 못한 독도와 함께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홀로 아리랑’ 노래를 생각하며 가사를 하나하나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