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가?
“디지털 전환이 뭐꼬?”라고 묻습니다. 머리속에 뭔가 떠오르지만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명칭은 유명하지만 그 개념이 모호합니다. 모호한 부분이다 보니 그나마 좀 알려진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로봇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며 채웁니다. 듣는 사람이 만일 이 기술적인 부분도 잘 모르고 있다면 혼란만 더 가중시킵니다.
“디지털 전환은 한 마디로 말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라는 기술로 잘 처리하는 겁니다.”
“아! 그럼, 디지털 전환은 클라우드 기술이네.”
“네,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빅데이터를 분석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응? 그럼 디지털 전환은 빅데이터구만.”
“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고, 요즘 핫이슈인 인공지능이 핵심입니다.”
“진작 그렇게 설명해야지. 그럼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이구만!”
데쟈뷰도 아니고 이런 장면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제 입이 마음대로 움직입니다.
“아냐, 아냐, 아니라구.”7쪽
‘디지털 전환’, 모든 사람이 한번쯤은 들어 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 다 알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것도 몰라?’라고 묻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해하기 쉽도록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 같지만, 정확히 알기 어려운 분야를 정리하고 강연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주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 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장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주호재 저 | 성안당 | 2020년 09월 10일
이 책은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디지털 전환이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이론의 옳고 그름, 가설의 명확한 증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고객에게 현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컨설턴트 입장에서 내용을 정리했다고 말합니다. 간단하고 눈에 띄는 이정표 정도의 이해를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회사에서 디지털 전환은 누가 리드합니까?
(1) CEO
(2) CTO
(3) 코로나75쪽
최근 인터넷에서 돌던 ‘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답으로 (3)번을 골랐습니다. 100퍼센터 공감하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과 디지털 전환은 뜨거운 주제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높은 관심에 비해 준비를 바로 시작하는 것 보다는 검토 단계에만 머물거나 준비도가 낮았던 것 같습니다.
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디지털 전환이라는 단어로 우선 알기 쉽게 번역합니다. 그리고, THEME를 두 개로 나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그림의 개념을 먼저 설명합니다. 디지털 전환 사이클을 통해 이해를 돕습니다. 이후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기술을 알려줍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ABC(AI, Big Data, Cloud) 기술에 대해 설명합니다.
디지털 전환 사이클의 개념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기술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기술과의 연계성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예시를 통해 쉽게 와닿도록 합니다. 인공지능을 설명할 때 해당 기술은 머신러닝, 딥러닝으로 화려하게 무대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러한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학습과 테스트를 위해 빅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빅데이터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또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함께 다닐 수 밖에 없는 자매에 비유합니다.
어느 날 천하에 둘도 없는 미녀와 추녀가 함께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을 묵기 위해 어느 집의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집주인이 나가보니 눈이 부실 정도의 미인이 서 있기에 누군지 물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집주인은 미녀를 집 안으로 반갑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리기에 나가보이 이번에는 누더기를 걸친 추녀가 서 있었습니다. 주인이 재차 누군지 물었습니다.
“저는 모으기는 힘들고, 분석하기는 더 어려운 ‘빅데이터’라고 합니다.”
추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인은 당장 꺼지라면서 그녀를 내쫗았습니다. 문 밖으로 쫓겨난 추녀가 말했습니다.
“먼저 집에 들어간 여자는 제 언니랍니다. 우리 자매는 언제나 함께 다니지요. 제가 쫓겨나면 언니도 함께 이 집을 떠날 겁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두 자매는 곧바로 그 집을 떠나버렸습니다.
불교 경전 ‘아함경’의 우화를 각색해 보았습니다. 자매는 각각 ‘행운’과 ‘불행’을 상징합니다. 행운과 불행이 동행하듯이 디지털 전환의 세계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그런 관계죠.58쪽
디지털 전환을 이해하는 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보는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나 부정확한 부분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는 정확해집니다. 실시간에도 가까워 집니다. 시스템으로 구현되어 제공하는 화면과 기능도 편리해집니다. 내용도 풍성해집니다. 디지털 전환의 과정 속에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더해져야만 합니다. 출발하기 위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출발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 제대로 맞아 떨어집니다.
한때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관리를 사람이 할까요? 결국 시스템에 의한 관리죠. 단언하겐데,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요인 중 최소 30% 이상은 잘 만들어지고 운영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시스템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 1994년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투자를 계속하고 시스템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제 시스템 투자는 할 만큼 한 것 아니냐고 말하지 않습니다.77쪽
그렇다고 이러한 기술에 매몰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말합니다. 도구는 잘 가져다 쓰는 게 최고입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기술이 원래 어떤 특수 목적을 가진 기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제품의 원래 목적은 이거니까 이렇게만 쓰는 게 맞아요.’라는 태도를 가진 기업이나 전문가는 의심해야 한다고 충고까지 합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필요한 것을 명확히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우리 회사가 디지털 전환을 잘 하기 위해 적합한 도구를 가져다 쓰는 것이지, 목적과 관계없이 유행하니까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따라하는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 교훈입니다.
데이터라는 바다에 아무 계획 없이 낚시를 나갔습니다. 어디가 고기가 많이 잡히는 포인트인지, 어디에 비싼 물고기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어요. 당연한 결과로 돌아올 때 어망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겠죠. 어쩌다 대물을 낚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건 몇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요행입니다. 그런데 어떤 기술의 도움을 받아 바닷속을 상세히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무작정 한 마리라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비싼 어종을 어디서 낚을 수 있을지 먼저 찾을 겁니다. 그리고 그 어종이 좋아하는 미끼를 준비할 것이고, 거기에 맞는 낚시 도구를 챙길 겁니다.172쪽
“디지털 전환이 뭐꼬?”에 대한 해답은 마지막에 엘리베이트 스피치 형식으로 정의합니다.
디지털 전환은 물질을 정보로 바꾸는 것이고, 기술은 이것을 가속화시킵니다. IoT와 모바일 기술이 폭발시킨 데이터는 ‘빅데이터’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이를 보관하고 처리하기 위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고, 전통 기업은 일하는 방식에서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 기업은 반대의 접근법을 채용하고 있습니다.202쪽
이렇게 한장으로 정리하기 위한 과정이 이 책의 주 내용입니다. 보면 볼수록 모호하고 애매한 디지털 전환의 개념, 한장의 도식화로 표현해보는 것이 분명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 보다 이러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컨설턴트들이 낯선 개념을 설명하느라 많이 고민합니다. 정답이 없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은 그 부분에서 분명 나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