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 가난과 실패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2 CEO 코드
문화칼럼리스트
‘실패’가 익숙한 경영인 마윈 이야기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회장이다.
초등학교 시험에 두 번 낙제, 중학교 시험에 세 번 낙방, 대학도 삼수해서 들어갔다. 하버드 대에 열 번 지원했다가 열 번 다 거절당했다. 대학 졸업 후 서른 개가 넘는 일자리에 지원했고 모두 떨어졌다. 경찰관 지원에서도 떨어졌다.
유명 치킨 프렌차이즈 판매점 직원 채용에서도 떨어졌다. 지원자 24명 중 23명이 고용되고 한 명이 떨어졌는데 마윈이었다. ‘작고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떨어진 것 같다’고 할 만큼 외형 자산조차 없던 그다. 부자 아버지도 권력 있는 친척을 둔 것도 아니다. 자신을 ‘쥐뿔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1999년에 알리바바 설립 후 3년간 수입조차 없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회사를 차리자마자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열풍이었던 닷컴버블이 꺼졌다. 펀딩도 실패했다. 그에게는 지옥이었다. 가정환경을 원망하고 사회를 부정하고 정부를 증오하며 쓰디쓴 고량주로 신세 한탄해야 마땅하다.
부자가 되고 나니 그가 변한 걸까. 가난을 아는 사람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을 저격했다.
“가난한 사람은 자유를 주면 함정이라 얘기하고, 작은 비즈니스를 얘기하면 돈을 별로 못 번다고 얘기하고, 큰 비즈니스를 얘기하면 돈이 없다고 하고,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얘기하면 어렵다고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얘기하면 다단계라 하고, 상점을 같이 운영하자 하면 자유가 없다고 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고 하면 전문가가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구글이나 포털에 물어보기를 좋아하며 희망이 없는 친구들에게 의견 듣는 것을 좋아하고, 교수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지만 장님보다 적은 일을 한다. 그들의 인생은 기다리다가 끝이 난다. 세상에서 가장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한 이들은 거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행동하지 못한다. 거절은 아프다. 의지가 상실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잦은 거절은 기회조차 앗아간다. 그는 거절과 실패에 익숙하라고 한다. 그에게 실패란 무엇일까?
성공은 ‘주고받기(Give & Take)’다. 절대 그냥 주는 법이 없다. 우리가 가진 가치를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사람을, 돈을, 시간을 빼앗는다. 뺏을 게 없으면 건강이라도 가져간다. 자존심도 짓밟는다.
그쯤 되면 실패는 다른 것을 안겨준다. 사람을 분별하고 고통을 견디는 능력을 준다. 자금난과 모욕을 견디고, 자신을 바라보는 낮선 시선을 참아 내면 좌절은 희망이 된다. 마윈이 말하는 실패다.
운도, 외모도, 머리도 따라지주 않는 마윈에게 ‘결핍과 간절함’은 자산이었다.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갖지 못한 유일한 자산이었다. 가난한 이에게 결핍과 간절함은 좌절이겠지만 마윈에게는 기회와 희망이었다. 가난하고 간절했기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숱한 실패 속에서 그는 강해졌고, 내성을 키웠다. ‘가난과 실패’는 그를 키운 자양분이었다. 그래서 그의 중국적인 ‘자본주의’ 신화에서 인간미가 풍긴다.
마윈은 1964년생이다. 이제 55세다. 그는 얼마 전 사직서를 냈다. 올해 9월 10일이 사퇴일이다. 10년간 은퇴를 준비했다고 한다. 마윈은 은퇴를 결정하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나는 여전히 수많은 아름다운 꿈을 지녔다”고. 마윈이 또 다른 실패를 준비하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