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움직이는 힘은 ‘경험’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 학과 교수
지난 주 전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가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행사는 건강에서부터 자동차, 로봇에 이르기까지 온통 인공지능(AI)의 열기로 뜨거웠다. 행사장 주변을 질주하고 다니는 AI기반 자율 주행 버스부터 AI 무인 항공기, AI기반의 스마트 홈 및 서비스 로봇까지,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나 자연스레 동기화되고 디지털화되는 세상의 청사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서 2005년, ‘미저리’, ‘그린마일’, ‘쇼생크탈출’로 유명한 SF소설작가 스티븐 킹(Steven King)이 이야기한 “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Sooner or later, everthing old is new again).”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 우리 시대는 소위 4차산업혁명이라고 불리우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통해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일상의 속도가 빨라지고 더 디지털화될수록 우리는 더 피로하며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데이비드 색스는 그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실리콘밸리: 낮에는 코딩, 밤에는 수제 맥주’라는 말을 통해 ‘디지털 문화의 선구자’로 불리우는 세대들이 지금의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 디지털은 다양한 흐름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내 수많은 기업인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그들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업무시간 이외의 시간에는 대부분 아날로그적 행위인 명상, 운동, 산책 등을 주로 한다고 한다.
이처럼 디지털에 익술한 이들이 낯선 아날로그에 보다 많은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의 삶에서 감정과 소통, 관계 등이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가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아날로그는 디지털 기술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인간중심적 경험’이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간중심적 경험’은 현재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입증된 것과 같이 새로운 기술인 디지털과 이전 기술인 아날로그는 서로의 일부분을 대체하거나 보완적 형태로써 ‘이상적인 공존’을 위해 노력해왔다. 근례로 나이키는 ‘몰입형 가상 체험(Immersive Experiences)’이라는 컨셉을 기반으로 새로운 스포츠의 경험 장소로써, 체험의 경험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이를 소셜과 연계해 디지털 내 개인의 경험을 보다 확장시킴으로써 디지털 세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인간의 경험’적 가치다. 즉, ‘인간의 경험’에 초점을 둠으로써 첫째,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디지털을 매개로 하는 경험을 확장하고 둘째, 기존의 경험과 다른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임팩트를 제공하며 셋째, 자기만의 맞품형 서비스를 매개로 개개인의 삶에 의미와 영향을 주는 것, 이 세 가지가 가장 큰 아날로그 혁명의 본질이자 차별화 포인트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경험과 아날로그적 경험의 균형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디지털 혁명도, 뒤이어 추격하고 있는 아날로그의 혁명도 그 주체는 변함없이 ‘인간’이고 또 ‘인간’인다. 진화생물학자인 도킨스에 따르면 ‘가장 진화한 생명체인 인간 역시 예나 지금이나 큰 흐름에서 보면 궁극적 진화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결국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다양하게 뒤섞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먼 훗날 어떤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이 선택한 혁신적인 전략은 또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인가? 다시금 반격에 나선 ‘인간중심적 경험’의 가치가 우리 미래에 어떠한 모습을 하게 될지 10년, 100년 후의 모습이 기대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