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선진국의 역습 병참기지
신현규 모바일부
실리콘밸리에서 북쪽으로 1시간 달리면 샌프란시스코의 미항 ‘프리시디오’가 나온다. 현지인들이 ‘캠프 스캇’으로 더 친숙하게 기억하는 동네다. 태평양을 건너올 적들을 방어하기 위한 미군의 막사가 불과 수년 전까지 여기에 있었디.
작년에 이곳은 세계경제포럼의 4차 산업혁명 센터로 개조됐다. 이 센터는 실리콘밸리의 신기술을 아시아 지역에 알리는 한편,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들을 제안해 나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태평양 방어기지는 대태평양 공격기지로 용도변경됐다. 태평양전쟁, 냉전, 화폐전쟁을 거친 미국은 지금 기술전쟁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불확정 명사다. 꿈틀대며 변화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는 미국 정부의 ‘기획된 창조력’에서 시작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 연구개발(R&D) 예산을 우주 개발로 변화시켰으며, 이후에는 정보기술(IT) 개발로 연결했다. 그리고 지금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인공지능을 통해 전 세계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 한다.
매일경제신문은 2013년 10월 17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악영향을 경고한 바 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주도 성장의 시대가 마감되고 ‘선진국의 역습’이 시작됨을 예견한 것이다.
당시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아시아 각국의 성장 비결은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제조업 수출 성장”이라며 “하지만 이런 공급체계는 곧 해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창의력 있는 고품질 노동력이 없는 국가는 경제가 빠르게 쇠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후 미국은 천문학적 자금을 신기술 개발 쪽에 풀었고, 지금 글로벌 싱크탱크들은 인공지능이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을 2배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언한다.
‘선진국의 역습’은 이제 시작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엉뚱하게 ‘4차 산업형명의 실체가 있느냐’는 논란이 한창인 모양이다. ‘2차 산업혁명 이후 혁명은 없었다’는 학자적 관찰이 확산되는 이면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마케팅이 불편한 식자층의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용어보다 내용을 고민해야 할 시기에 거꾸로 된 고민을 해 왔던 한국의 역사가 데자뷔처럼 눈앞을 스친다. 변화의 시기마다 발본적 고민보다 개인·집단의 이해관계에 근거한 비윤리적 판단이 한국을 망쳤다. 이번만은 다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