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으로 키우겠다. ‘여자’로 키우지 않겠다.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입니다.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되었습니다. 유엔이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함으로써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5년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초 현직 여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이 촉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남녀동권, 여권 확장 등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빠의 페미니즘
유진 저 | 책구경 | 2018년 03월 31일
이 책을 읽는 동안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유진입니다. 딸입니다. 이 책은 아빠의 이야기를 저자 자신과 엄마의 증언으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딸을 가진 아빠가 남들과 차별없이 자랄 수 있도록 저자에게 하는 이야기를 페미니즘이라는 화두로 풀어냅니다. 딸을 둔 아빠가 모두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 저자의 아빠는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사람으로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책 소개 글 중 눈에 띄는 글이 있습니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이 한 단락으로 책의 내용이 다 표현되었다고 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J는 아빠다 – 이 책은 딸을 둔 아버지의 깊은 한숨입니다
『아빠의 페미니즘』의 저자는 ‘딸’이고, 등장인물은 ‘아빠’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빠를 아빠가 아닌 ‘J’라고 호명한다. J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교육받고 장남으로 살아온 남성이며, 동시에 딸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이 땅의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J를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딸이 살아갈 세상의 괴리감’과 ‘자신이 살아온 세상에서 딸을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아빠로서의 사명감’ 속에서 탄생한 과도기적 남성상으로 소개한다.
책은 아빠와 딸의 대화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말하는 페미니즘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딸을 가진 아빠가 딸에게 하는 충고, 일상적인 대화, TV에 소개되는 나쁜 사건들에 대해 딸 입장에서 공감 표현 등 평범한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것도 페미니즘이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딸을 향한 아빠의 이야기는 출판사의 책 소개 사이트에서 몇몇 에피소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보다 아빠의 철학을 나타내는 글 일부를 소개합니다.
딸을 아끼고 사랑하며 염려하는 마음이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페미니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목숨 걸고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빠미니즘 ; 아빠의 페미니즘’이라고 책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의 정치학》(잭 고드윈 저, 신수열 역) 책에서도 아빠의 딸에 대한 사랑이 표현된 내용이 있습니다.
대명사에 관한 메모
책을 쓰는 저자들은 편의를 위해 의례 남성 대명사를 사용한다. 이 책의 목표 독자의 성별을 국한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나는 정반대로 하기로 선택했다. 내 주변에는 근면하고 똑독하며 교양있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나의 가족들도 그러하다. (‘근면하고 똑똑하며 교양 있음’은 나의 가치 체계에서 상위를 차지한다.) 나의 아내와 나는 함께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나는 언젠가 그녀가 이 책을 읽게 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그녀를 염두에 두고 가급적이면 여성 대명사를 사용하려고 한다.
이 글도 책의 내용대로 라면 페미니즘의 한 에피소드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저자의 나이가 올해 20살 입니다. 20살 여성이 자신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 아빠의 사랑을 기록한 것 입니다. 아빠의 사랑을 담은 책을 내면서, 이제는 아빠를 페미니스트로 밖에 살 수 없게 만든 것 같습니다. 계속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사회 진출 및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유리천장’이라고 합니다. 2017년 유리천장 지수(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OECD 가입 국가 중 우리나라는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단순히 성별 간의 갈등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됩니다. 성별과 관계없이 서로 소중한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종중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딸을 가진 아빠로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 아빠의 철학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책은 쉽게 읽힙니다. 단지, 읽고 난 후 생각은 오래 갈 듯 합니다. 앞으로 여성들이 삶의 질을 향상시켜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게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와 근본적인 관심을 계속 가져야 할 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