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가치’와 거품 논란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가상화폐가 검색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과열과 투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 치 한 후 몸값을 요구하는 랜섬웨어와 디도스 공격의 복구대가를 비트코인으로 지불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상화폐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마약, 무기 등의 불법거래 대금과 범죄에도 악용되는 것이다. 왜 해커들은 현금이나 귀금속이 아닌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것일까? 왜 암호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일까? 블록체인 특성과 암호화폐 성격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망기술로 발표한 블록체인은 분산 네트워크에서 일정 시간마다 거래되는 내역을 담은 블록이 계속 연결되는 DB구조이기에 디지털 분산원장이라고도 부른다. 암호 합의증명(POW, POS 등)을 통해 생성되고 원천적으로 이중지불이 방지돼 투명성, 익명성, 보안성이 강력하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 암호화폐이며, 누구나 거래기록을 확인할 수 있고 해킹과 위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설령 범죄에 악용되더라도 추적은 가능하지만 거래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지갑이동을 통해 해외거래소에서 환전하면 자금회수에 애로를 겪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통화는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모든 종류의 화폐를 의미하며, 국가에서 발행한 법정화폐인 지폐, 동전과 달리, 가상화폐는 민간이 발행한 온라인쿠폰, 게임머니, 포인트 마일리지, 암호화폐 등을 말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BTC), 이러디움(ETH), 리플(XRP) 등은 디지털통화의 범주에서 가상화폐이자 암호화폐이며, 네트워크에서 운영되는 플랫폼, 프로토콜, 인터페이스이고 디지털 자산이기도 하다. 또한 시스템이 작동되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서 증명, 인증, 사용료, 수수료 기능도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현찰과 비교하면 실체없는 코인으로 여겨질 수 있다.
암호화폐 가치에는 채굴비용, 기술성능, 코인수요, 상대가격, 활용여건 등 다양한 요인들이 반영되어 있다. 전체 시장규모는 2017년 현재 천억 달러를 넘어 2013년 대비 약 60배 커졌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로서 수취하는 상점이 56개 국가에 3만6천개, 현금입출금기(ATM)도 1,300개나 설치되어 있다. 스마트거래에 강점인 이더리움은 인증, 예측, 투표 등, 금융거래에 특화된 리플은 송금, 결제, 청산 등에서 편리함과 효율성을 구현하고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심리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과 암호화폐 가치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다른 신기술 분야의 초기 성장률은 어떠한가. 이동전화는 개인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2000년 중반까지 10배 이상 보급됐고, 스마트폰은 이보다 훨씬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상장한 테슬라 주가는 2017년 약 22배올랐으며, 미래 전기자동차는 지금보다 수십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같이 파괴적인 기술의 성장률이 매우 가파른 편이지만, 암호화폐는 금년에도 약 6배나 폭등했기에 상식을 벗어난 거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은 거래량이 세계 상위권이고 거래가격도 해외보다 5~20% 높게 형성돼 투기가 우려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존 경제사회에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줄기이고 암호화폐는 꽃이다. 보수적 성향의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에 디지탈 분산원장을 적극 권고해, 언젠가 글로벌 거래결제시스템으로 뿌리를 내릴지 모른다. 향후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기술개발, 시행착오, 적응시간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합의증명과 거래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은 생태계와 법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ICT강국으로서 암호화폐 거래 상위라는 명성보다 블록체인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적극 활용하는 국가로 거듭나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