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와인을 마시고 싶을 뿐
“8만 원 정도하는 캘리포니아 레드를 찾는데, 가벼운 쪽으로 찾고 있어요. 추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급 식당에서 와인 리스트를 보게 되었을 때 걱정하지 말고 위와 같이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소믈리에라면 당신의 설명을 이해하고, 좋아할 만한 와인을 골라줄 것이라고 합니다. 와인 지식이 조금 부족한 직원이라도 당신이 찾는 것과 비슷한 와인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2,000쪽 짜리 와인 교재, 300쪽 짜리 거대한 와인책 없이도 그냥 와인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위와 같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습니다. 와인만 마시고 싶을 뿐인데 어렵고 부담스럽게 와인에 대해 배우지 마라고 합니다.
혹시, 와인을 어떻게 시킬 줄 몰라 마트에서만 구입하시나요? 아직도 어떤 와인이 내게 맞는 와인인지 몰라 이런 저런 와인을 아무렇게나 고르시나요? 남들이 유명하다고 하면 따라 구매해서 마시진 않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 중에 저도 포함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와인에 대해 알고 마시고 싶지만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꼭 알아야 될 사항만 알려준다면 쉬울텐데라고 생각하는 건 분명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와인에 빠지는 방법 쉽고 재미있는 와인 가이드
그랜트 레이놀즈, 크리스 스탱 저/차승은 역 | 제우미디어 | 2021년 09월 23일
내게 맞는 와인 맛을 찾고, 마트와 매장에서 유명 와인을 알아보며, 친구에게 재미있는 와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와인 즐길 줄 아는 나’로 만들어 줄, 재치있는 와인 입문서가 있습니다. 바로 ‘와인에 빠지는 방법’입니다. 원제도 ‘How To Drink Wine’으로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와인은 발효를 거쳐서 알코올로 변한 포도즙이다. 즙에 포함된 당분이 효모와 만날 때 발효가 일어난다. 이게 전부다.
라고 편하겠지만, 사실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포도즙을 그냥 와인으로 만드는 것과 마실 만한, 마시고 싶을 정도의 와인으로 만드는 것은 천지 차이다. 시중에 유통할 수 있는 정도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고, 방법도 다양하다. 지역마다, 그리고 와인 메이커마다 다른 생산과정을 거친다.21쪽
책은 와인 자체에 대한 질문들을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적절한 비유로 설명합니다. 156쪽으로 책 또한 얇고 그림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책을 읽기에 오래걸리지도 않습니다. 입문서 답게 필요한 순간, 딱 필요한 만큼만 제대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와인 중에 청량감이 있으면서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로제 와인을 많이 구입해서 마셨던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로제 와인의 가격이 싼 이유도 알게 되네요.
실상은 포도밭에서 수확할 때 제대로 익지 않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대부분 로제다. 와인메이커가 주력으로 만드는 와인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시고 색이 부족한 포도로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맛은 무더운 날 시원하게 마실 와인을 만들 때 장점이 된다. 그래서 신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봄방학에 맞춰 판매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병입해서 출고한다. 오크 숙성 과정이 짧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따라서 비용도 절감된다. 덕분에 로제의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이다.26쪽
와인의 종류, 와인에게 적당한 온도, 와인 마시는 법 같은 처음 와인을 접할 때 궁금해 하는 부분을 책의 맨 처음 부분에 담고 있어서 그때그때 궁금할 때 확인하기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국 출장 길에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접해서 인지, 즐겨 마시는 와인이 ‘카베르네 소비뇽’입니다.(사실 이 와인만 제대로 마셔봤습니다.) 이 와인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더 자세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꼭 알아야 할 와인 29개 중에 몇 개를 기억하는 것도 와인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지식이 될 것입니다.
프랑스 와인은 사용된 포도 품종보다는 생산된 장소에 따라 이름이 정해진다. 피노 누아라고 하지 않고 부르고뉴라고 부르며, 가메라고 하지 않고 보졸레라고 한다. 장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체로 와인의 품질과 가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고, 양조 방식을 아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42쪽
읽으면서 와인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다는 책의 홍보 문구가 거짓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책을 다 읽고 다음에 할 일도 가능한 한 많이 마시는 일이라고 알려줍니다. 저자의 위트가 책 곳곳에 분명 드러납니다.
와인을 단지 마시고 싶을 때, 딱 이정도만 알면 된다고 알려주는 책.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면 곁에 두고 틈나는 대로 보면 자신감은 저절로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