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구입할 때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최근 쇼핑(?)을 하다 이옥남 할머니의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북트레일러(https://bit.ly/2wLakmB)를 봤습니다. 책은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어서 펴낸 것입니다. 책 소개를 위한 영상이었지만 짧은 시간 울림을 받았습니다.
요즘 평범한 사람들의 글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자서전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자서전 쓰기는 죽기 전에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본인의 인생을 기억하고 싶다면 써야 합니다. 자기 인생의 성취와 실패, 기쁨과 좌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줍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독자에게는 진정한 공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저/이언숙 역 | 바다출판사 | 2018년 08월 14일
79쪽을 읽다가 밑줄을 쳤습니다.
마지막 구절에 매우 좋은 표현이 담겨 있다. 싫어했던 것이나 괴로웠던 것을 자기 역사로 써 내려가면서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라는 부분 말이다. 자기 역사를 쓰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큰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성을 생각할 최고의 기회가 된다고 합니다. 과거 속에서 오늘의 나를 찾고,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또 미래의 나를 고민하게 되는 과정이이라 말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고통과 고민도 있지만, 즐거움과 그리움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자서전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진행한 강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저자는 자서전을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으로 이야기 합니다. 강의의 결과물로 제출된 개개인의 글을 통해 개인의 삶, 기록이 어떻게 세계의 역사가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역사적 시간 속에 그 시대를 구성하고 있던 개인의 생각을 포함하는 역사를 다룰 때, 비로소 진정한 역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강의의 대상은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환갑이라는 나이는 자기 역사를 쓰는 적령기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게를 둔다면, 부끄럽게 여기는 부분까지 쓰는 것이 좋다. 이러한 수준까지 기록하면 자기 자신과 그 기록을 읽는 사람 사이에 일종의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마음마저 생겨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더 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41쪽
머리말과 후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자기 역사 연표와 인간관계 클러스트 맵은 왜 필요한가? 결말은 어떻게 쓸 것인가? 와 같은 기본적인 글쓰기 구조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기 역사에 진정성을 담기 위해 ‘부끄럽게 여기는 부분까지 써라’와 같은 글에 담길 내용의 중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그 이야기는 수강생들이 제출한 결과물 속에서 찾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인인 다치바나 다카시 입니다. 일본에서 知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정한 교양과 지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역사가 곧 세계사”라는 그의 믿음을 이야기 합니다. 시대의 역사적 사건에 개인사를 투영해 보는 작업을 하고, ‘사회사’로 발전 시키자는 것입니다. 자서전이라는 단어보다 개인의 역사 쓰기라는 표현에 그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고통은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기록하는 존재 입니다.기록을 해야 그 존재가 드러납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우리가 본 세상, 소중한 경험, 치열했던 삶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기억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기 역사를 기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선은 추억이 서린 물건들이 보전되어 있는 장소를 다 뒤져보는 것이 자기 역사서를 쓰기 위한 빠뜨릴 수 없는 준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77쪽
기억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의 영문학자 월더 옹은 말했습니다. ‘쓰인 기록은 입으로 한 말 이상으로 먼 과거의 일들을 확실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기록의 힘은 이렇게 나타납니다. 자서전이라는 글은 자기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글입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던 이야기, 들어줄 이가 없었던 이야기를 확실히 기록하게 됩니다.
최근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며 알게 된 사실은 이른바 ‘지는 쪽’으로 분류되던 사람들 중, 진정한 의미에서 충만한 생활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이기는 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이들은 이미 일을 그만두고, 자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몰두하고 있다. 생활은 풍족하지 않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면 마음이 풍족하다는 사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305쪽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환갑이 되어야 관심이 생기고 그 때 글을 써야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기억력이 좋을 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목표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개인의 삶이 길든 짧든, 자기 역사를 쓰는 일은 모두가 해볼 수 있는 글쓰기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