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포털은 일정 검색수가 연결되면 자동으로 검색어와 검색어 사이에 연결패턴을 설정해 이후 검색결과 페이지에 이 연관검색어로 보여주고 있다. 자동완성 덕분에 사용자는 검색어 입력이 한결 수월해졌고 맥락적 정보가 가능해졌다. 해당 포털 업체에도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인이 될 수 있고 추천 서비스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 편의를 위해 도입된 자동완성기능 및 연관검색어 제시 기능이 그 본래의 의도와 달리 어뷰징이나 사적이익의 수단으로 이용돼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 조작 프로그램이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이를 통한 개인 명예훼손, 안티행위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어 신뢰기반의 초연결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연관검색어나 자동완성검색어의 알고리즘이 단순 검색빈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성이 떨어지고 인위적 조작에 취약할 수 있다. 실시간 검색어나 검색어 순위를 전문적으로 조작하는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딱히 화제가 될 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닌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연관검색어 등이 블랙박스화된 포털의 검색엔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어떻게 연관검색어가 형성되는지 어떤 데이터에 의해 구성되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점차적으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기본원칙의 공개, 구성요소의 공정성,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검토를 통한 검색의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
연관검색어나 자동완성기능은 개인의 디지털상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와 상충하고 있다. 2014년 5월 최초로 유럽사법재판소가 법적으로 인정한 이래 오늘날 보편적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잊혀질 권리는 초연결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타인이 자신의 정보를 무제한 열람하는 것은 타인에 의해 오용될 소지가 있고 정보 주체의 동의와 무관하게 인터넷 사업자의 각종 맞춤형 서비스의 단서로 사용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뿐 만 사물과 사물 모두가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즉 홀로 있을 권리(Right to be alone)가 연결될 권리만큼 중요하다. 온라인상의 특정 개인정보와 콘텐츠를 제거토록 요청하는 잊힐 권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등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해당 정보를 삭제 또는 반박 게재를 요구할 수 있다. 즉 본인이 작성한 내용을 직접 삭제할 수 없는 경우, 게시판 운영관리자 또는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삭제 또는 검색 배제를 요청하는 제도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한국의 잊힐 권리는 타인이 작성한 게시물은 해당되지 않고 법적 구속력도 부족해 명예훼손 등 다른 법적 제도를 병행해야만 보장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포털은 개인의 잊혀질 권리의 차원에서 특정 연관검색어의 삭제를 받아들여 삭제해야 한다. 법률적으로는 검색어 제안이 원래 취지인 검색의 편의를 도우면서 이용자의 알권리 침해 등 논란이 제기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립적 자율규제 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율규제기구는 보다 이용자 관점에서의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고 소극적인 방어 위주에서 적극적인 자율규제로 전환이 필요하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적규제와의 협력체계와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의 권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고려와 심의가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정보보호법 개정안에는 잊혀질 권리와 더불어 자동처리 기술에 의한 프로파일링, 서비스 제안, 개인정보에 대한 사용자 접근권 및 이전 요구권 의무화 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과 같은 좀 더 적극적 개념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포털, 인터넷 사업자들 앞에 이러한 권리는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