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운동과 탈원전정책은 다르다 : 매일경제 기자24시 (2017년 7월 13일 목요일)

탈원전운동과 탈원전정책은 다르다

 

고재만 경제부

 

그동안 탈(脫)원전 이슈는 진보성향 시민·환경단체에서 ‘운동’ 차원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보수정권 9년이 끝나고 진보 코드를 가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제는 ‘정책’ 차원에서 탈원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논란의 핵심은 울산 울주에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다.
정부는 공사 계속 여부를 앞으로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따라 국내 원전 안전 관련 최고의결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배제한 데 대한 법적·절차적 논란, 수조 원에 달하는 매몰비용 논란,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 수급 불안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절차와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덮은 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철시키려고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사가 30% 이상 진행된 신고리 5·6호기를 대통령 말 한마디에 뒤집는 것은 정부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다. 정부 추정으로 2조 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야당 쪽 주장에 따르면 지역경제 악영향까지 감안할 때 7조원이 넘는 손실이 생긴다. 세계적 수준까지 쌓아올린 원자력 기술과 산업의 쇠퇴, 신고리 5·6호기를 대체할 발전소 건설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은 훨씬 더 크다. 국민 혈세와 그동안 들인 노력이 모두 허공에 날아갈 판인데도 정부는 보상 방안보다 공사 중단 논리를 찾는 데만 급급하다.
게다가 한국은 미세먼지를 이유로 석탄화력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석탄과 원자력을 통시에 버리겠다고 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석탄과 원자력의 빈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 보듯 뻔한데도 대통력은 물론 그 어떤 정부 관계자도 책임 있는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탈원전 운동과 탈원전 정책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탈원전 운동은 일부 운동가들의 신념이 표출되는 것에 그치지만, 탈원전 정책은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다. 국가에너지 백년대계를 좌우할 탈원전은 대통령과 일부 반핵론자들이 아닌 탈원전 반대 쪽까지 포함한 국민이 결정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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