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틀’ 견고하게 작동시켜라
사설
문재인 정부 정부부처들이 26일 본격적으로 출범한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와 가학기술정보통신부에 주어진 임무가 많다 보니 두 부처의 어깨가 무겁다.
두 부처는 정부가 미래 신산업을 키우고 혁신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음달 중 출범시킬 예정인 4차산업혁명위원회, 새 정부의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쟁점이 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 새 정부의 중요 의사결정기구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면서 구체적인 변화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각 산업과 현장을 관장하는 다른 정부 부처들과도 협업해 기존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신산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 경제와 산업이 변화에 강한 활력을 갖추려면 혁신 현장에 자본이 매끄럽게 흘러들어 가는 강한 투자시스템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중기부는 금융당국과 협업해 기술기업, 혁신기업에 대한 자본투자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기업간 인수합병(M&A), 협업, 공동 연구개발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 각 산업 현장이 활력 있게 변화하고 성장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이들이 창업에 자신 있게 도전하고 그들의 도전이 우리 경제에 ‘플러스 에너지’로 남을 수 있다.
지식재산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기업들이 강한 지식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건전하게 경쟁하고 협업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오랜기간 힘들여 확보한 지식재산이 정당한 값을 받지 못한다거나, 부당하게 남의 지식재산을 가로채고도 별 탈이 없다면 우리는 치열한 지식 경쟁, 아이디어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고인 사회’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연구현장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고, 일생을 한 주제에 매달려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기술은 산업, 사회, 공공영역에 효과적으로 파고들도록 물꼬를 터주는 것도 중요하다. 교통, 헬스케어, 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뜨거운 경쟁이 얼어난 혁신의 ‘전장’에 각 연구현장에서 태어난 첨단기술들이 녹아들도록 연구자·기업·수요기관·정부가 참여하는 실험 프로젝트와 실증 사업도 곳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기술은 개발하는 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각 현장에 적용해 오랜 기간 경험과 데이터를 쌓고 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시스템이 되고 산업 경쟁력이 된다. 이런 혁신 고리를 잘 만드는 게 문재인 정부가 공력을 쏟아야 하는 과제다. 과기정통부와 중기부를 중심에 두는 ‘혁신거버넌스’가 성공적으로 돌아가느냐가 현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새 정부는 분배를 통해 성장이라는, 과거에 해보지 않은 실험을 통해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공식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나누는 방식을 달리한다고 해서 자원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분배성장’과 ‘혁신성장’이 함께 일어나는 구조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일자리도, 분배도 힘들다.
첫발을 내디딘 새 정부 부처들이 이를 위한 공조와 협업의 틀을 견고하게 작동시켜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