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비상하는 내추럴에너지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가을의 상징인 잠자리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했다. 옛 선인들의 말이다. 대기 중 습도가 올라 날개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습도센서인 셈이다. 달무리가 지는 것도 마찬가지. 농경시대엔 반가웠다. 세월이 변했다. 이제 날씨는 곡식뿐만 아니라 에너지 풍년과 흉년도 좌지우지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20% 확대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강화된 파리기후협약, 매년 봄 날아오는 미세먼지, 발전설비 가격하락은 모두 청정자연에너지의 비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통제를 불허한다. 간헐성과 불예측성은 신재생에너지의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불확실성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강국 독일은 130%에 달하는 설비 예비율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지난 1월 일사량이 적고 바람없는 날이 이어지면서 블랙아웃 직전까지 몰렸다. 평소 전력생산량의 6분의 1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실제 블랙아웃도 있었다. 2016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호주 남부지역에서다. 태풍으로 풍력발전이 중단되면서 17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남호주 전력 공급량의 30%에 달하는 규모를 풍력발전에 의존한 결과다.
이처럼 청정자연에너지를 활용하면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주로 하드웨어적인 시도였다. 독일과 같이 백업 발전설비를 확대하고, 블랙아웃 후의 호주의 도치처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기를 충방전함으로써 출력변동에 대응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하드웨어적 보강은 기본이고 지능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해 ESS 충·방전등을 제어하거나 다른 에너지원과 발전량을 사전 조율하는 등 전력공급안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접근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의 경우 태양광 패널들이 연결된 인버터에 IoT를 접목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소 내 패널들의 발전 특성이 인버터단위로 기록되는 것이다. 풍력발전의 경우는 풍력터빈별로 두뇌의 역할을 하는 제어장치들을 IoT 네트워크로 구성하면 된다.
다음은 빅데이터다. 신재생전원이 IoT화 되면 중앙의 데이터 서버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수집된다. 태양광에서는 현재 발전량, 전류와 전압값, 현지의 기상측정값들이 전달된다. 풍력에서는 풍력터빈의 발전량, 기계적 부하수준, 회전속도 등이 전송된다. 장기간 누적된 데이터는 빅데이터가 된다. 향후 발전량 및 고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기계학습에 필요한 기반지식이 되는 것이다.
끝으로 ‘인공지능(AI)’이다. 신재생 발전은 기상상태에 의존한다. 태양광의 경우 일사량과 온도가, 풍력은 풍속이 주요 변수가 된다. AI는 축적된 빅데이터 기반의 기계학습을 통해 변수들 간의 비선형적인 관계를 찾아낸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AI는 이 관계정보를 갖고 다른 변수가 변화할 때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세계 각국도 IoT, 빅데이터, AI를 활용해 신재생에너지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0%인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제어센터를 통해 실시간 풍속과 일사량을 기준으로 발전량을 예측하고, 발전기를 감시·통제해 안정적으로 전력망을 운영한다.
우리 역시 신재생 전원의 확산에 대응해 속응성 전원, ESS, ‘유연송전시스템(FACTS)’ 등 계통 안정화 설비를 확대하고, 신재생 전원 통합감시 운영시스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신재생에너지에 확실함이란 없다. 예측이 어렵고 때로는 간헐적이지만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혜 즉 다시 말해 ‘정보통신기술(ICT)’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