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벤처 육성이 청년실업 해답
신수현 중기부
“제 월급은 창업 초기나 지금이나 대기업 평직원의 급여 수준보다 적지만 저희 회사에는 저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직원들은 물론 억대 연봉자도 있답니다.”
국내 1위 개인 간 거래(P2P) 금융업체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는 유능 인재 영입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12월 공동 창업자 2명을 비롯해 총 4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테라펀딩은 현재 직원 60명, 전체 누적 대출액 2408억원, 누적 상환액 1369억원으로 국내 P2P금융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
30대 초반 동료 세 명이 대기업을 나와 2012년 쪽방 같은 공간에서 출발한 언어 번역업체 ‘플리토’는 올해 매출액 100억원을 목표로 세울 만큼 유망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면서 현재 직원만 50여 명에 달한다. 딱히 연령 제한은 없지만 직원 대부분은 2030세대 청년들이다.
똘똘한 벤처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1000억 벤처기업’중에선 수평적인 조직 분위기에 대기업 못지않은 임금과 복지 혜택으로 양직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1000억 벤처기업’은 513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133억원, 평균 근로자 수는 385명으로 조사됐다. 1000억 벤처기업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000개까지 육성하면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이 200조원을 넘어서고 일자리도 약 40만개가 창출된다는 얘기다. 청년실업 해법을 1000억 벤처 육성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벤처 육성을 위해 2020년까지 10조원을 풀기로 했다. 벤처기업의 원할한 자금조달 등을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벤처펀드에 투자할 경우 최대 300만원의 세제 해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코스닥시장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2벤처붐 조성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정부가 국내에는 미국, 중국 등과 달리 스타 벤처기업이 부족한 현실을 직시하고, 스타트업이 창업 3~7년 차 고비인 ‘데스밸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판 우버, 페이스북 같은 유니콘 기업이 많아져서 청년들이 공무원 대신 벤처기업 취업을 목표로 세우는 벤처 강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