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람중심이라야 꽃핀다
장석권 칼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면 1. 지난 1울 8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현대모비스는 완전자율주행에 근접한 ‘레벨4’이상의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한편 BMW는 차량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영상통화 및 동영상 상영을 시연했다. 현대차는 4족 보행자동차를 전시했고, 우버는 드론처럼 생긴 항공택시를 선보였다.
장면 2.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주장하며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강력 반발했고, 두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 자살했다. 결국 카카오는 1월 18일 오후부터 카풀 시범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따. 카카오측은 택시업계와 소통하기 위해 향후 카풀 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위의 두 장면은 언론보도의 일부를 발추체한 것이다. 장면 1은 미래형 자율주행차가 현재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반면, 장면 2는 카카오 카풀이라는 공유서비스가 현실에서 어떠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자가 ‘이상’이면 후자는 ‘현실’이다. 이 두 장면에서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커다란 간격을 확인한다.
사실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기술이다. 그에 비해 카카오 카풀과 같은 공유차 서비스는 이미 상용화된 현실의 기술이다. 따라서 카카오 카풀의 파급력은 자율 주행차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카풀에 대한 저항이 이 정도라면, 자율주행차는 어떠하랴. 우리가 걸어갈 앞길이 참으로 험난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그 범위가 기술혁신에서 비즈니스 혁신으로, 다시 산업혁신으로 확대된다면, 이에 대한 사회적 저항과 갈등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암울한 미래전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움직임이 현실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래 세상에 대한 과장된 선전이 혁신기술의 사회적 수용을 저해한다는 자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CES 2019에서 미래 자동차를 전시한 기업들의 모습에서 자율주행의 세상이 기대만큼 그리 빨리 오지 않을 것이며, 5G 통신, 빅 데이터를 통한 정밀지도, 그리고 완결도가 높은 인공지는이 완벽한 완결성을 충족해야 가능할 것임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시의 무게중심을 이상적인 ‘자율주행’에서 현실적인 ‘완벽한 사고예방기술의 구현’으로 옮겨놓고 말이다.
또 다른 움직임은 현장실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이다. 우리는 대부분 자율주행차가 도심의 택시와 운전기사를 전면 대체할 것이라며 두려워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자율주행기술은 인사사고 위험이 작은 건설현장이나, 한가한 외곽지역의 운송 및 물류서비스에 대해 그 실효성이 먼저 검증될 것이다. 현장실험에서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자율주행차에 ㄷ의 한 인력대체가 그리 쉽게 또 그리 빨리 대규모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찍이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부터 자동차업계의 CEO들과 함께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저항요인을 폴넓게 조사하고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2016년부터는 보스톤시와 제휴하여 자율주행차에 대한 현장실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클라우드 슈밥의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이 올 들어 ‘인간중심의 4차 산업혁명 추진’을 내건 백서를 발간한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중심의 접근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원할한 전환이 어려움을 이제야 깨달은 것일까. 4차 산업혁명시대로 원활하게 진압하는데 혁신적 리더보다는 포용적 리더와 다수의 협조적 수용자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실현되지도 않을 과장된 상상의 미래를 가지고 괜한 두려움이나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조장하는 주체는 무능할 뿐 아니라 도의적으로 비윤리적이기도 하다. 2018년 G20회의를 주최한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의 미래는 기술과 교육 간의 속도경쟁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미래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