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지식재산으로 미래 열어야
손승우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무인자동차를 운전하고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창작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AR),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등 신기술과 결합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지금의 시대변화를 ‘산업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신기술들이 인류의 삶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신기술들은 미래에 생산력과 부의 증대를 가져올 것이고 늘어난 부를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지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시대에 기계가 등장해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면서 당시 일자리의 70%가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지식직업 40% 이상이 없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고령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통한 성장과 복지’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매우 아쉬운 것은 이 일자리 정책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과거 정부들이 반복했던 단기간 일자리 양을 늘리는 정책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천연자원의 불모지인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국가 무역규모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규모 1위, 특허출원 4위 등의 지표에서 알 수 있듯 기술개발과 콘텐츠 창작 등의 지적 활동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연구개발과 창작의 결과물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는 무형 자원으로서 부가가치가 높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분야의 대비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AI분야의 특허 현황을 보면, 미국이 전 세계 특허 중 6121건(53%), 일본이 2980건(26%)을 차지하는 반면 , 우리나라는 불과 306건(3%)만을 보유하고 있다.
지식재산 산업의 쓰임새는 무한하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다. 특히 지식재산 산업은 긴 호흡의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데 우리 정부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이러한 점을 간과해 온 게 사실이다. 또한, ‘지식재산 산업 강국’이라는 허울에 사로잡혀 이 분야 일자리 창출은 뒷전으로 둬왔다. 그 일례로 범부처 지식재산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위해 2011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했으나 2012년 총리실 산하로,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격하됐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복지를 개선하고 지식재산 분야 창업을 지원하며 산업의 융·복합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식재산 분야 일자리 창출은 관련 민간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이뤄나가야 한다. 인류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산업혁명과 사라지는 지식 일자리에 대처하려면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정부가 민간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