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다루기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지난주 가상화폐 사태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대한 개방적이고 융합적인 정책 접근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정부 조치는 분명 혁신을 장려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면 금융 안정성을 확보해 정부와 규제당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을 것이다. 지나친 투기 과열을 차단하겠다는 방향도 옳다. 그런데 정부의 해법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규제 대상에 대한 이해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개방적이고 웅합적인 접근이 부재한 탓이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IT기술과 금융이 결합해 탄생했다. 관련 정책당국과 전문가 집단 그리고 업계간 상시적 논의와 협의는 융합적 접근의 기반을 쌓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를 통해 신기술이 개인, 산업, 경제,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보고 신속하게 규제의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수년 전 가상화폐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일본도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하고 차등 이익에 과세도 한다. 이런 규제의 틀은 지나친 과열이나 투기로 인한 시장 혼란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국가별 차등 규제 혹은 규제 미비는 규제 차익을 초래해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상화폐는 국경 간 이동이 매우 자유롭다. 우리 정부가 거래소 폐쇄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직후 미국 비트코인 시장이 7%나 하락했다. 화폐 인정 여부를 떠나 가상화폐의 급격한 변동성은 실물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 경제협력 최상위 포럼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가상화폐 문제를 다루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개진하기 바란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파괴적 기술은 고용과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 미국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러스트 벨트 지역 로봇 자동화율이 2%만 낮았어도 힐러리클린턴이 당선됐을 것이라는 칼 프레이 교수의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디지털 기술로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 국민의 정부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더욱 개방적이고 융합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