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젠트리피케이션
강박사의 디지털 報
강태덕 동양네트웍스 대표
클라우드·AI 등에 밀려나 세입자 신세 전략한 IT 업체
4차 혁명 이전 근간 다져야
최근 10여년 동안 기업용 정보기술(IT) 산업은 낙후돼 왔다. IT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애플리케이션(앱),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 등으로 기업용 IT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스템통합(SI) 산업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태생부터 첨단, 최신, 미래, 트렌드 등과 어울리는 기업용 IT 산업의 낙후된 현실을 일견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내용을 알게 되면 문제의 심각성에 더욱 놀라게 된다.
우선 시스템의 원천 요구자를 대표하는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가 심각하다. 다소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된 CIO는 10여년 동안 도전 받지 않는 권력이었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되는 등 다른 부문은 임원 간 보직 변경이 있어도 CIO만큼은 대상이 아니었다.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고초를 겪기도 하고, 비용은 많이 들이면서 효과는 없다고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CIO는 후임을 키우지 않고 장수했다. 그 CIO들은 지금의 IT 현실을 만들었거나 외면했거나 무지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업계의 유능한 프로그래머는 금융공학, 게임회사, 외국계기업 등으로 흡수되고 IT 개발자는 3D 업종으로 전략해 신규 유입이 없다. 경험 많던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은퇴했거나 현재의 개발 프레임워크에서 직접 개발한 경험이 없어서 미숙한 개발자의 품질에 관여하는데 한계가 있다.
개발자 책임감이나 열정을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구로 디지털단지 개발자의 희망사항이 철야 후 샤워 시설이었고, 중국 개발자도 한국 IT의 강도 높은 개발 환경에 두 손 들고 귀국했다는 것도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규제 이전에 이미 개발자들은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선후관계를 떠나 하락하는 개발자 인건비와 연결된다. 처우 개선 없이 개발자 열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해서도 안 된다.
개발 방법론과 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0여년 동안 자바, RDBMS, 유닉스라는 기본 기술 기반에서 생산성은 역주행하고 있다. 개발 프레임워크는 생산성을 포기하고 무능한 개발자 통제를 위해 고안된 괴물이 됐다. 애자일 방법론을 찬양하면서도 실제 개발 현장은 폭포수 방식이라는 고전 방법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자일 방법론이 가능하려면 개발 프레임워크가 변해야 한다. 구축 방법도 ERD에서 화면으로 가는 순서가 아닌 역순으로 화면이 먼저고 ERD가 나중이란 개념으로 변해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화면이 가장 나중에 나오면서 재앙이 시작된다. ‘애자일-익스트림’은 가장 생산성 높은 방법론과 프레임워크 결합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클라우드, 4차 산업혁명, AI 등 우수 인력과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큰 주제에 낙후된 기업용 IT산업은 더욱더 밀려나게 됐다. 홍익대 앞 또는 경리단에서 터전을 잃고 더 낙후된 외곽으로 밀려나는 세입자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다를 바 없다. IT 업체는 세입자 신세를 피하지 못했고, 이는 기업의 IT 품질이 후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기업용 IT 산업의 현실과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주제 이전에 근간을 먼저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