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큰) 東(조선) 與地(전국) 圖(지도)
우리나라 최고의 고지도로 손꼽히는 지도 입니다. 조선시대에 김정호가 이전에 만들어진 여러 지도들을 집대성하고 해당 지역의 답사를 통해 만든 것 입니다. 이 지도는 한장으로 만들어지는 지도와 달리 책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60여장의 목판에 세겨 총 22개의 첩으로 펴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남북을 총 22단으로 나눈겁니다. 나눠진 한 단이 곧 한권의 책 입니다. 지도제작을 위한 사용된 목판은 현재 12매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한첩은 가로 20㎝ 세로 30㎝ 정도 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A4 용지 크기 입니다. 이 책을 모두 펼쳐놓으면 가로 약 3.8m, 세로 약 6.7m의 지도가 됩니다. 건물로 치면 3층 높이의 크기입니다. 한자 그대로 큰 조선의 전국지도가 되는 셈입니다.
김정호라는 사람이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동여지도를 실제로 본 사람은 몇 안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교과서에 실린 조그마한 그림이 전부가 아닐까요?
대동여지도 축쇄본 세트 [ 부록 : 대동여지도 축쇄 전도 (한지 인쇄) ]
김정호 원저/최선웅 편 | 진선출판사 | 2019년 02월 19일
대동여지도 관련 책을 펴내고 있는 진선출판사에서 3·1 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대동여지도를 문고본 크기로 축소해 『대동여지도 한글 축쇄본』과 원판『대동여지도 축쇄본』을 펴냈습니다. 두 권을 모아 세트로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 좋은 것은 한글 축쇄본일 것입니다. 원본 지도의 지명과 주기에 한글을 병기해 지도가 그나마 눈에 들어옵니다. 지도 하단에 주석도 달려있습니다. 반면에 원본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느낌은 원판 축쇄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서의 느낌을 살려 누드 양장으로 제본하였고 책 넘김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의도가 원본을 그대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께는 소장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황정은 저자가 지은 ⟪디디의 우산⟫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같은 제목, 같은 저자, 같은 출판사로 그 차이가 매우 근소하더라도 그 근소한 차이는 엄연한 차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차이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의도에 따라 당연한 것도 색다르게 보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동여지도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노력한 시도가 이번 처럼 한글 축쇄본과 원판 축쇄본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같은 지도라도 이 차이는 정말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창 지도라는 것에 빠져있을 때 취미를 적는 난에 ‘지도보기’라고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냥 도감, 그림, 지도 같은 것을 막연히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더 어릴 때를 기억해보면 지도를 펼쳐놓고 친구들과 지명찾기를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특정 물건은 바로 새로운 것을 사용하기 보다 조금은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옛 것과 새 것을 동시에 사용하다가 하나가 잊혀지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도가 그렇습니다. 요즘은 휴대폰 앱으로 네비게이션이 되고 최적의 거리를 알려줘서 필수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주는 지도책을 보고 목적지를 먼저 확인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지도책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보험가입 선물로 지도책을 주는 것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지도도 그렇게 세월속에서 잊혀져 갔던 것 같습니다.
대동여지도에 대해서는 일제의 역사 왜곡 관련 기사로 잘못된 많은 정보가 사실처럼 기록화 되었다고 합니다. 목판이 모두 불탔다고 하였으나 12매 정도 남은 것도 그렇습니다. 현재는 보물로 지정된 목판이 대동여지도 제작을 위한 목판인 것으로 확인된 때가 1995년 이었다고 합니다. 김정호가 백두산을 여러 번 등산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많습니다. 국토의 모든 곳을 답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에도 이견이 많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이로 말미암아서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 강폭한 무리들을 제거하고, 시절이 평화로우면 이로써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다스리니···”
대동여지도 첫머리의 ‘지도 유설’에 나오는 글입니다. 지도의 제작 목적에 백성을 위한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군사지도로 사용되어야 했으니 꽤 정확성이 필요하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지도를 펼쳐봐도 거의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지도를 만든 이의 열정이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백두산을 올라가고 안올라가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대동여지도는 지도 제작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매우 정확한 지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