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렇게 어렵게 설명할까?
책장 한 부분이 글쓰기와 말하기 관련 책으로 거의 채워져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책 말고, 이미 읽은 책까지 고려하면 더 많습니다. 매일 쓰는 글과 말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류의 책을 읽기만 한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글과 말이 되는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신문 기사 필사도 해보고, 읽은 책은 서평으로 기록하면서 조금이라도 향상되기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고 배우는 인간이 아는 것이 적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안다고 해도 모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글쓰기와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수록 더 모르는 것 같고 부족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글쓰기와 말하기를 계속 배워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이런 질문에 어렴풋이 답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글과 말에 신경을 쓴 이후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삶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자리에서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말하기와 글쓰기 공부
노야 시게키 저/지비원 역 | 메멘토 | 2020년 06월 15일 | 원제 : ?補版?大人のための?語ゼミ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것으로 상대방의 자리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는 지식 또는 이해도의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머리가 너무 좋은 사람, 혹은 이미 많은 것을 배운 학자가 너무 어렵게 설명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지식을 우러러 보기 보다는 “왜 저렇게 어렵게 설명할까?”라고 생각합니다. 들어봤자 시간낭비인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쉽고, 정확하게, 알기 쉽게 말하는 사람이 글도 그렇게 씁니다. 또한 일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자리에서 생각한다’는 점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는 언어력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것은 나선형 구조를 보인다. 그리고 나선형 구조는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으로 나뉜다.35쪽
이 책은 글쓰고 말하는 것에 대해 상대방의 자리에서 생각하자고 명확하게 밝히고 다시 시작하자고 합니다. 쉽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는 글을 쓰는 방법, 상대방의 말과 글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미 말과 글이 굳어진 사람들에게 이러한 방법을 통해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면 안 됩니다. 쓰기 전에 먼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기 위한 가장 큰 원칙이라고 합니다.
책은 총 8부로 되어 있습니다. 책의 시작인 1부에서 앞의 내용과 같이 당신의 자리에서 생각한다는 내용으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고 예시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후 2부부터 8부까지는 글쓰고 말하는 방법, 읽는 방법, 사고력과 논리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존 다른 글쓰기와 말하기 책에서도 있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풍부한 예문을 들어 실제 연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책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예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원서가 일본어로 된 책이지만 번역되어 소개된 예문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생각이라고 밝힌 뒤 주장해야 만 한다. 어떤 문장에 서술된 것이 사실인지 생각인지는 문맥에 따라 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같은 표현으로 그 문장이 자신의 생각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자기 생각일 뿐인데도 마치 옳거나 그러다고 확정된 사실처럼 서술하면 사기와 같다.47쪽
접속 표현은 글에서 표지판과 같은 존재다. 내가 아는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안다는 식의 독선적인 태도는 표지판이 없는 글이나 애매한 표지판을 세워 놓은 글을 낳을 것이다. 상대의 상황을 생각해서 그 사람이 헤맬 것 같은 부분에는 적확한 접속 표현을 쓰자. 그러면 글의 흐름이 눈에 잘 들어올 것이다. 흐름이 보이지 않는 글은, 문장 하나하나의 뜻은 알 수 있어도 ‘뜻이 잘 통하는 글’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139쪽
핵심 주장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려면 글의 뿌리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문장이 무조건 핵심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의 뿌리가 되는 질문이나 요구에 답하는 부분을 핵심 주장으로 골라야 한다.155쪽
글을 쓰는 것과 말하기만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읽기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읽을 때는 핵심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글을 수동적으로 읽으면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을 읽으면서 자신을 활성화해야 한다. 상상력과 논리력을 총동원해서 활기찬 머리로 글과 마주하자. 그러면 여기저기에서 묻고 싶은 것들이 분명이 생긴다. 이와 반대로, 질문을 생각함으로써 읽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되고 활성화된다. 여기에 질문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첫 번째 포인트가 있다. 질문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글을 읽을 때 (또는 이야기를 들을 때) 상상력과 논리력을 연마할 수 있다.221쪽
사고력과 논리력도 글쓰고 말하는데 필요한 힘입니다. 하지만 설득력과는 구분됩니다.
근거를 드러내 추측과 의견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논증’이라고 한다. ‘논증’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한 말을 생각하기 쉽지만, “학교 앞 중국집에서 파는 볶음밥이 정말 맛있으니까 너도 꼭 먹어봐.” 같은 일상적인 대화도 근거를 제시한 주장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논증이다(설득력이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195쪽
일본에서 출간되자 마자 일본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 유명하듯이 일본 내에서는 이 책이 유명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노아 시케키 입니다. 현재 릿쇼대학 교수입니다. 중학 국어 교과서 편집에도 참여하고 있어 학교 다닐 때 부터 글쓰고 말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전달될 수 있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힘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합니다. 글을 적확하게 이해하는 힘도 필요합니다. 모르면 질문도 해야 합니다.
적확한 질문을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계속 연습하면 좋겠다.242쪽
서로 이해하는 노력,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글과 말의 힘이라고 합니다. 바로 언어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강한 의지가 언어력을 키울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노력 자체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한걸음 다가가게 합니다. 그 과정이 있으면 힘도 덜 들게 됩니다. 삶을 변화하고 싶은 마음에 글과 말을 다시 배우기로 했다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실력도 빨리 늘 것 같습니다. 언어생활의 길라잡이가 될 책 한 권이 필요하다면 이 책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