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클라우드’가 가져올 미래
이선영 케이아이엔엑스 대표
바야흐로 클라우드 대중화의 시대다. 세계 3대 클라우드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서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기업의 IT자산에서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클라우드를 얼마나 신속하게 도입했는지, 비용은 얼마나 절약했는지 이야기 하는 ‘클라우드 성공기’가 쏟아져 나온다. 과연 클라우드 도입은 기업의 인프라 고민을 해결하는 마법의 열쇠일까? 클라우드 시장이 먼저 개화한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의 상황은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초기 단계의 시장은 클라우드 도입 자체에 주목한다. 일반적 선호도가 높은 클라우드를 선택하고, 사용법을 익히는 데 집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클라우드로 운영하는 자원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IT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 점점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클라우드 대중화 단계를 지나 심화 단계에 돌입한다. 클라우드의 전략적 운용에 주목하는 시기다. 비즈니스 환경과 목적에 따라 온프레미스와 복수의 클라우드를 결합해 사용하는 멀티클라우드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멀티클라우드는 우리나라에는 생소하나 클라우드 선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개념이다.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인 라이트스케일에 따르면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직원 수 1000명 이상의 미국 기업 중 단일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은 15%에 불과하며, 80% 이상이 복수의 클라우드를 혼용하고 있다. 각 클라우드 사업자의 장점을 취사선택해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고, 특정 클라우드 업체에 종속되는 락인(Lock-in)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여러 클라우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IT자산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탐색해야 한다. 네트워크 성능을 최대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멀티클라우드 모니터링 솔루션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하이브리드 IT 모니터링 기업 ‘사이언스로직(ScienceLogic)’,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인수한 클라우드 스타트업 ‘클라우딘(Cloudyn)’ 등이 대표적이다.
최적의 멀티클라우드 조합을 찾았다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차례다. 온프레미스와 여러 클라우드는 아직 분산 돼 있다. 이들을 묶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멀티클라우드 완성의 마지막 단계다. 이퀴닉스(Equnix)는 온프레미스와 멀티클라우드를 하이브리드로 구성하는 전용회선 서비스 ‘클라우드 익스체인지’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케이아이엔엑스(KINX)가 ‘클라우드 허브’를 통해 동일한 형태로 멀티클라우드 구성을 지원하고 있다.
멀티클라우드의 활성화는 클라우드 시장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100개 이상의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멀티클라우드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클라우드 시장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클라우드의 결합과 전략적 운용에 대한 수요는 점차 많아질 것이다. 클라우드로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멀티클라우드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