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4차산업혁명 빨라진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4차산업업혁명’이란 말을 들으면 인공지능, 자동화의 물결이 인간의 일자지를 빼앗아가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 로봇 등 기계와 컴퓨터가 인간의 일을 대체해 버려 인간이 모두 실업자가 되는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떠올리는 것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인 요즘 우리현실을 보면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과도한 두려움을 갖는 것 아닐까 싶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얼마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첫번째 회의가 열렸다. 나는 민간위원 20명중 한명으로 참석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문재인대통령이 뽀로로 캐릭터를 소재로 한 인공지능 로봇인 뽀로롯과 대화하는 순서도 있었다.
문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기조연설을 통해 ‘사람중심의 4차산업혁명’을 강조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발언기회를 얻어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중심의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인공지능기술이 발전되면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까 대통령님이 뽀로로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이런 인공지능 인형, 강아지가 외로운 노인들의 벗이 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일본의 소니는 생산을 중단했던 강아지형 인공지능 로봇 아이보를 12년만에 다시 개발해 내년초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일본에는 아이봇로봇을 마치 자식처럼 데리고 사는 노인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고장이 나서 더이상 고칠 수 없게 되면 정식으로 장례식까지 치뤄주는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기력이 쇠해 진짜 반려동물을 키우기 힘든 노인들에게 이런 인공지능 반려로봇은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자식들에게 알려주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될지 모른다. 나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또 미국 산호세의 4천명이 사는 한 중산층 은퇴자 커뮤니티에서 보이지라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이 노인들을 위한 무료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지내에서 운전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발 역학을 하면서 자율주행기술도 테스트한다는 것입니다.”
이 커다란 단지 내부의 도로는 공공도로가 아니고 사유지 도로이기 자율주행관련해서 복잡한 규제적용을 받지 않는다. 즉, 커뮤니티 자체가 일종의 규제프리존이 된 것이다. 이 단지에 사는 노인들이 고령화되면서 운전사고가 잦고 주차장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스타트업이 나타나 테스트를 겸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는 사람이 탑승해 항상 모니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복지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된다. 또 오래된 직업이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직업이 나온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나오는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 왔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대신 도시 지식노동자가 생겼다. 마부가 사라지는대신 자동차운전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것을 19세기 사람들이 상상이나 했을까.
이런 세상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많이, 빨리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몸집이 큰 대기업보다 스타트업들이 훨씬 잘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뭐든지 해볼 수 있는 혁신 생태계 환경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간 우리 일자리만 사라지고 해외의 경쟁력있는 회사들이 우리 시장을 장악해버릴 것이다.
문대통령은 이날 회의 연설 마지막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미래를 마음껏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수 있는 혁신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