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선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
가치 있게 여긴다. 이 말은, 왼쪽에 있는 것들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것들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출처> https://agilemanifesto.org/iso/ko/manifesto.html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더 나은 방법들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은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보다 더 높은’이라는 말보다 아예 갈아 엎어야 한다는 경영 방식으로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즉 애자일(Agile)이란 민첩하게 변화를 감지하고 빠르게 혁신하는 조직을 목표로 하는 경영 패러다임입니다. 애자일이라는 단어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밀첩하고 날렵함을 무기로 조직은 멈추지 않는 혁신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스티븐 데닝 저/박설영 역 | 어크로스 | 2019년 12월 16일 | 원서 : The Age Of Agile: How Smart Companies Are Transforming the Way Work Gets Done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애자일은 2002년 초반에 대두 되었습니다. 애자일 선언문이 2001년에 작성되었으니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애자일하게 일하는 수많은 방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스크럼’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 오래 계신 분인라면 한번 쯤 겪어봤을 것입니다. ‘아침에 서서 하는 회의’, 다들 기억하시죠? 하지만, 지금은 ‘그때 한번 해봤었지!’정도로 잊혀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애자일이 화두입니다. ‘애자일하게 일해야 한다’, ‘애자일 방법론에 입각해서 일해야 한다’, ‘지금은 애자일 경영으로 가야 된다’는 말이 하루 걸러 하루 나오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경영 관점에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있는 중입니다. 요즘 같이 변덕스럽고, 불확실하고, 복잡해지고, 모호해지는 시장 상황 속에서 기존과 같은 위계 질서에 의한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방법이 비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에서 민첩하고 날렵하다는 애자일 단어 뜻을 그대로 가지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방식대로는 이제 진짜 안된다는 것이죠. 토마스 쿤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뀐 과정을 이야기 하면서 패러다임 쉬프트를 이야기 했듯이, 애자일도 바로 이런 패러다임 쉬프트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토머스 쿤의 말을 차용하자면, 고객의 법칙이 일으킨 단순히 고객과 주주의 자리바꿈으로 설명하는 것은 인간 사상의 발전에서 나타난 엄청난 발견을 보잘것없는 사건으로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천문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 혁명과 마찬가지로, 애자일 경영이 특정 업무 프로세스의 핵심을 바꾼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면, 받아들여지기까지 그렇게 오래 지연되지도, 그렇게 완강한 저항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작은 단순히 업무 수행 방식의 변화였지만, 애자일 경영의 끝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마무리 된다. 어느 계층이 조직을 움직일 것인가? 그들은 얼마나 보상을 받게 될 것인가? 경제 전반은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 사회 전체는 어떻게 일을 처리하게 될 것인가? 결국 고객의 법칙은 권력에 관한 문제다.121쪽
책은 2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는 애자일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애자일의 세가지 법칙을 소개 합니다. 첫번째는 소규모 팀의 법칙 입니다. 아마도 가장 많이 알려진 법칙입니다. 두번째는 고객의 법칙 입니다. 요즘 성공한 기업 중 99%는 고객 이야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세번째는 네트워크의 법칙입니다. 변화하하는 유기체와 같은 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애자일 법칙은 운용 매뉴얼에 기록할 수 있는 특정 툴이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애자일을 툴이나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면 엉뚱한 것을 찾고 있는 셈이라고 하며 그 누구도 가게에 가서 “애자일 경영법을 구매”할 순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돈 버는 데 집중하지 않으면 더 많은 돈을 번다.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은 팀, 작은 업무, 짧은 작업 주기(사실상 작은 모든 것)가 필요하다. 통제를 내려놓음으로써 통제가 강화된다.60쪽
⟪미국 쇠망론⟫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런 상황을 ‘칼슨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하향식 혁신은 질서정연하지만 어리석을 때가 많다. 반대로 상향식 혁신은 혼란스럽지만 현명할 때가 많다. 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한층 강조한다. 모든 직원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창조자 또는 제공자가 되어야 하며, 모든 상사들은 (…) 상향식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영감을 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혁신을 하향식으로 손보고 다듬고 통합해서 제품, 서비스, 콘셉트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144쪽
문화적 적합성이야말로 지원자를 인력풀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어쨌거나 서너에선 한 팀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중요 사항이 아니므로 “팀 내 적합성”은 채용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도, 걱정할 요소도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자가 다양한 팀에서 일을 할 수 있느냐다.147쪽
애자일하게 일하는 방법을 도입하여 성공한 많은 회사들을 소개합니다. 이러한 회사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애자일 경영 방법이 우려를 넘어 이제 충분히 검증된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작은 팀의 법칙과 고객의 법칙은 전 세계 수천 개의 조직에서 현장 검증을 받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발견을 한 사람들은 ‘적절한 사람’, 즉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맨 경영대학원의 학자나 고연봉 컨설턴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경영상의 문제를 발견할 확률이 가장 낮아 보이는 이들, 바로 컴퓨터광들이었다. 흔히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하면 경영자나 경영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로 패션 감각도 엉망이고 사회생활도 서툴러서 큰 조직에 가장 문제 직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니 이들이 경영 혁신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129쪽
2부는 조직 혁신을 가로막는 익숙한 적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략적 기밀함을 방해의 요소가 되는 장애물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으로 애자일이 한창 인기를 누리다가 시들해진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은 위계질서의 수평화를 외치면서도 계층적 언어로 사고한다. 아직 코페르니쿠스 이전의 내부 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직급의 개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능력을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네트워크의 법칙)과 외부로 시선을 돌려 고객을 기쁘게 하겠다는 태도(고객의 법칙)를 수용하지 않는 한 말이다.204쪽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패러다임 쉬프트에 비교 되는 것으로 기존 경영 방법과의 비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보다 착취에 관점에 아직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만약 회사가 기존 제품을 개선해서 즉시 결과를 내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라면, 수익이 천천히 발생하는 “큰 계획”들은 수익이 빨리 나는 “작은 계획”들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결과를 내라”는 압력은 최고의 인재들이 비싸고 느리지만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는 작업에 매진하기 어렵게 한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최고경영진은 구상에서 결과까지 시간이 길더라도 “큰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들이 결과를 내도록 구체적인 동기 부여를 해주어야 한다.214쪽
비용 중심의 경제에서 CEO의 짧은 임기도 애자일 경영의 적이 됩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상장기업이나 경영대학원에서 심지어 오늘날까지 애자일 경영과 상충되는 관행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경영자 세대들은 애자일과는 완전히 다른 이론을 바탕으로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입니다.
칼슨은 연이어서 수식억 달러의 혁신을 일으키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장기적인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의 재임 기간이 3년이라면 7년짜리 프로젝트에 뭣 하러 흥미를 가지겠는가? “3년 안에 스티브 잡스가 ‘우주에 흔적 남기기’라고 부른 그런 결과를 내기란 힘들다”라고 칼슨은 말한다. 이는 단기적인 주주가치만 추구하는 많은 회사들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다. 몇 년 안에 수십억 달러짜리 신사업을 개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리더 중 누군가가 그런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그것으로 끝이다.252쪽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애자일한 조직을 만드는 것의 핵심은 경영 마인드라고 합니다. 주주를 위해 기업에서 가치를 짜내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숫자를 대하면, 고객을 위해 수익성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마인드를 가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애자일 경영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키우고 싶으면 리더들은 애자일의 목표, 원칙, 프랙티스를 배우는 것을 넘어 기존의 신념, 이론, 프로세스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제는 최고경영자의 마인드도 분명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부터 변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이제는 예전과 달리 최고경영자들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그 동안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고경영자들 스스로가 급변하는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윗선에서부터 애자일 경영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는 추세다. 사실상 “왜 우리가 변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저들이 하는 걸 왜 우리는 못하는 거지?”라는 질문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373쪽
애자일이 기업에 실질적으로 적응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적들을 꺼집어 내어 우리가 그 적들을 물리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애자일을 다시 바로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변화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애자일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