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휴식이 기본이 되어야 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최고야” “아니, 모처럼 새로운 곳으로 가는데 그 도시의 유명한 랜드마크도 보고 하는 것도 있어야지, 안그러면 남는게 없잖아”, 이렇게 여행을 할 때면 휴식과 관광 어느 쪽이냐 하는 의견으로 자주 부딪힙니다. 하지만 솔직히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도 좋고, 건축물도 좋습니다. 자연과 어울리게 조성된 건축물이라면 더 좋겠죠?
편하게 쉬고 오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유명한 관광 명소를 여행지 리스트에 넣지 않았다가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와 건축물의 느낌에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또, 유명한 건축물이 있다고 하여 단순히 인증샷을 찍기 위해 갔다가 그 건축물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독특한 건축 기법을 듣게 되면 놀라움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역사공부를 위해 많이 찾는 우리나라 경주만 가도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관광 명소에 있는 건축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고, 건축물의 축조기법에는 과학이 담겨 있는 것이 많습니다. 최적의 자연공간과 함께 배치된 그 이유도 들여다 보면 경외로움으로 표현될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건축물은 삶의 현장이면서 역사의 상징이 됩니다.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유명 건축물 이야기 : Architecture Inside+Out
John Zukowsky, Robbie Polley 저/고세범 역 | 영진닷컴 | 2019년 01월 11일
이 책은 각 건축물의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전세계의 건축 물 중 50개를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소개된 대부분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주요 건축물이라고는 하지만 몇몇 건물은 파격적으로 선택한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 선정 과정이 매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저자 자신도 직접 힘들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종이로 된 책 표지의 안쪽을 보면 양장으로 된 흰색 커버에 연필로 스케치 된 건축물들이 배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건축물과 건축물에 대한 일러스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표지만 보고서도 ‘와~’ 하는 감탄이 분명 나올 것 입니다.
전세계 대표적인 건축물을 ‘연필 그림 그리기’ 라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많이 있습니다. 그냥 멍하니 보고 있으면 출중한 실력에 한숨만 나옵니다. 어떻게 저렇게 그릴 수 있을까? 컴퓨터가 대중화 되는 시점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려내는 것을 보면 대단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따라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그 건축물의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곳 까지 관찰하여 그린다고 한다면 그 스케치에는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지 않을까요?
책은 많은 사진과 그림, 일러스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러스트로 정성들여 그린 건축물에 대한 시각적 정보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유명 건축물에 그냥 왔다갔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 보다는 그 이상의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 까지 설명하기 위해 많은 관찰을 합니다. 그 결과로 새로운 측면으로 바라 볼 수 있게도 됩니다. 시각적 정보인 도면을 통해 건축물에 대한 가치는 더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건축가의 뜻을 이해하고 되고, 사회적 가치도 상승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는 역사적 문화 유산이 되는 것일 겁니다.
유명한 장소를 가게 되면 완성된 외관을 보고 평소 보지 못했던 느낌에 사진기의 셔터를 마구 누르게 됩니다. 발걸음을 멈춰 건축물을 소개한 글들과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일정부분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게 되는 도면들은 그 내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새로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완성되기 이전의 건축가의 고민이 보이고, 그 과정을 전달하기 위해 그려진 일러스트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미래에 지어질 모습을 사전에 일러스트와 도면으로 먼저 보여주는 작업이 있듯이, 이미 완성된 건축물은 이렇게 안쪽을 들여다 보면서 거꾸로 도면을 그리는 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크기가 큽니다. 앉아서 책을 펼쳐 보다가 어느 순간 신문 보듯이 책상에 펼쳐놓고 서서 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큰 그림으로 그려진 도면이 더 시원스러워 보입니다. 종이도 반짝반짝 반사되는 종이가 아닌 캔버스 같은 종이재질이라 빛의 반사가 덜해 읽기도 편합니다. 다만, 책 크기 만큼이나 무겁기도 합니다.
여기 소개된 건축물을 이미 보고 오신 분들께는 그 때 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타지마할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 당시 여행의 추억 못지 않게 건물을 걷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였습니다. 건축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50여개의 건축물을 공공 생활, 기념물, 예술과 교육, 주거, 예배라는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도 특색이지만, 해당 건축물이 있는 국가를 표기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해당 국가를 여행한 경험이 있다면 분명 들어봤을 건축물이라 반가울 것 입니다. 더불어 해당 건축물에 대한 관광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은 사전 정보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책의 저자는 40년 이상의 박물관 관리 경험을 가진 건축가인 John Zukowsky와 25년 이상 경력의 건축 일러스트레이터인 Robbie Polley 입니다. ‘일러스트와 함께 하는 유명 건축물 이야기’라고 말하는 책의 제목과 같이 입체적으로 그려진 도면을 통해 외관으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저자의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해당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추가적으로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건축물에 대한 일러스트를 그리는 데 참고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런 시각적 정보는 이해를 돕는 가장 큰 도구입니다.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시각화 입니다. 이 책은 건축물의 시각화를 공부할 때 옆에 두고두고 펼쳐봐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다만,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는 일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건축물을 보는 힘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 둔 것 같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가진 훌륭한 건축물이 역사적으로 오래 오래 후손에게 물려질 수 있도록 잘 보존 는 것도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