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죄?
서점, 책방이라고도 합니다.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목적, 내용, 체제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입니다. 책과 서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출판업과 도서 유통업이 일정부분 분리되어 있습니다. 출판업에는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도서 유통업에는 규제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형 체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들이 도서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규모로 서점을 운영하기엔 사업구조가 열악합니다. 보통의 서점이 출판사로 부터 수탁판매 형식으로 운영되는 형태입니다. 초기 비용은 적게 듭니다. 책 한권을 팔면 보통 20~30%의 수수료 수익이 생깁니다. 이 수익을 통해 임대료, 인건비를 충당해야 합니다. 책이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요즘은 취미를 독서라고 하는 사람도 많이 없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는 왠만해선 서점을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최악의 사업구조에도 불구하고 동네 서점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큐레이션을 통해 특색을 갖추는 형태로 틈새시장을 노립니다. 책의 재발견, 출판 다양성, 독서진흥이라는 잇점을 명목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 쉼터로 지속가능성을 희망하기도 합니다.
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저/고향옥 역 | 온다 | 2019년 06월 04일 | 원서 : あるかしら書店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같은 영화를 2번 이상 봅니다. 영화에 대한 평을 작성합니다. 그 다음으로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단계까지 이어집니다. 보는 영화에서 의미있는 영화로, 그리고 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투자에 대한 수익이 나고 안나고는 그 뒤에 벌어질 이야기 같습니다. 이러한 시도까지가 그저 영화를 사랑한 죄 밖에 없습니다.
동네 서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책을 좋아한 죄로 서점을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시도는 좋지만 현실을 직시할 때 수많은 고민도 하게 될 것입니다. 재미로 하지 않는 이상 수익을 위해서 특색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독자가 필요로 하는 형태의 큐레이션 등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입니다.
『있으려나 서점』 은 마을 변두리 한 귀퉁이에 있습니다. 바로 책과 관련된 책 전문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서점인 것입니다. 책이라는 것, 책을 판다는 것에 대해 저자의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혹시, 〇〇책 있나요?” 라고 물으면, “있다마다요”라고 책을 꺼내줍니다. 그렇게 꺼낸 책을 아기자기한 만화와 짧은 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금 희귀한 책, 책과 관련된 도구, 책과 관련된 일, 책과 관련된 이벤트, 책과 관련된 명소, 책 그 자체에 대해, 도서관∙서점에 대해라는 카테고리로 저자의 이상한(?)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입니다.
희귀한 책으로는 둘이서 읽는 책,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둘이 보다 셋이 되면 셋이서 봐야 하는 책으로 확장합니다. 달빛 아래에서 보는 책은 보름달에서는 모두 보이지만, 초승달이 있는 날에는 글자가 제한적이 된다고 합니다.
책과 관련된 도구로 소개되는 표지 리커버 기계는 기발납니다. 책과 관련된 일로 카리스마 서점 직원 양성소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직원의 능력으로 책 제목에 따른 적적한 진열법, 책 포장법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공합니다. 서점 업무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축제와 관광지를 책으로 연계시킨 부분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부분에서는 독서가 취미라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것으로 정의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는 요시타케 신스케 입니다. 일상 속 한 장면을 떼어 내어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스케치집으로 유명합니다. 이 책도 저자의 그런 시선이 돋보입니다. 또한 저자의 그림 풍 자체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합니다. 제6회 MORE 그림책방대상과 제61회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이 동네 서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읽다보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조금 이상한 책(?)이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분명 우리가 원하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동네 서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서점을 한번 해보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기승전’닭집’이라는 IT세계에서 서점이라는 곳을 안식처로 바꿔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제작을 하듯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도 쓰고 서점도 하고자 하는 바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사람을 모을 아이디어도 고민 하고 있습니다. 장소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이러한 마음이 조금 시들해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시도는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다시 스믈스믈 올라 옵니다. 이 책이 그런 마음을 보채는 것 같습니다.